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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오징어 게임과 富의 불평등, 그리고 집값

[강남시선] 오징어 게임과 富의 불평등, 그리고 집값

지난 추석 연휴에 넷플릭스 웹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흥미롭게 봤다. 까마득히 잊었던 유년의 향수 속으로 들어가 몰입감이 대단했다. 그렇다고 세계의 안방을 강타할 정도의 흥행은 예상 못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 드라마의 배경을 '오늘날 한국 부의 불평등'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드라마 속 잔혹한 게임이 끝없이 빚을 지고 살아가는 현실보다 더 무섭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시사했다. 미국 CNN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과 같은 신드롬이라고 했다. 오징어 게임이나 기생충 모두 드라마적 성공요소와 별개의 시대적 서사가 있다. 두 작품 모두 부의 불평등 시대를 적나라하게 관통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은 456억원을 위해 매 순간 목숨을 던진다. 기생충의 기택(송강호 분) 가족은 지하방을 탈출하기 위해 조직적 사기극도 모자라 살인까지 저지른다.

대선 정국을 집어삼키고 있는 '대장동 사태'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적 공분의 기저에는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불평등이라는 불편한 사실이 있다. 대체 5000만원을 투자해 3년 만에 1000억원을 벌 수 있는 이 황당무계한 방법이 로또 말고 있다는 걸 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Twenty First Century)'에서 지적했듯이, 소득 불평등은 언제나 노동보다 자본의 분배가 더 심각하다. 피케티는 "현대사회가 어쩌면 1900년대 초보다 더 극심한 부의 불평등이 출현하는 신세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한 한의사는 "부부 한의사라 실질 연 소득이 2억원 정도다. 그런데 오래전 판교에 갭투자한 도우미 아주머니가 우리보다 자산이 많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고 털어놨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부의 불평등은 부동산 광풍의 귀결이다. KB리브 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9월 수도권 5분위(상위 20%) 아파트 값은 평균 14억9105만원으로 15억원에 육박했다. 4년 전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7억2000만원)보다 딱 두 배다. 서울에서 중위소득층이 중위가격 집을 사기 위해 연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을 경우 걸리는 시간도 10.9년에서 4년 새 18.5년으로 급증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불평등, 지표로 보는 10년' 보고서도 부동산이 촉발한 부의 불평등을 여실히 보여준다. 2019년 말 기준 국내 소득부문 지니계수(소득불평등지표)는 0.404인 반면 자산부문 지니계수는 0.544였다.
자산부문 지니계수 중에도 집값 측면이 0.6을 훌쩍 넘어 빈부 양극화의 주범이다. 부동산 급등 정점기인 2020~2021년 수치까지 반영하면 지니계수는 0.7을 넘을 듯싶다. 최후의 1인에게 부를 집중시키기 위해 455명이 숨진 오징어 게임. 지금 전례 없는 부동산시장의 종착역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cgapc@fnnews.com최갑천 건설부동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