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 게임 아이템비 대신 내주고
이자에 시간당 연체료까지 받아
대리입금 피해 2년간 약 5800건
소액 빌려주고 대포폰 개통 요구도
당국, 대부업법 적용 처벌 어려워
12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 등에 따르면 용돈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대리입금을 빌미로 비싼 이자를 받는 고리대금업, 대포폰 개통, 렌탈 가전 등을 미끼로한 불법 대출이 여전히 성행중이다.
■"연 3000% 고리대금업 여전히 판쳐"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대리입금 광고 제보 및 피해현황'에 따르면 금감원이 대리입금 광고를 수집하기 시작한 2019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5748건에 달하지만, 피해신고는 단 5건이었다.
대리입금이란 청소년을 대상으로 트위터나 유튜브 등 SNS 등을 통해 아이돌 상품이나 게임 아이템 등을 살 돈을 빌려주고, 수고비(이자)와 지각비(연체료)를 받는 행위이다. 대신 입금하고 대가를 챙긴다는 의미로 사용되며, 청소년들은 '댈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리입금 업자들은 같은 지인이나 친구처럼 접근해 경계심을 풀면서 청소년을 유인해 주로 10만원 내외의 소액을 짧은 기간 동안 빌려준다. 그러나 수고비 명목의 이자가 20%에서 많게는 50%에 이르고 보통 시간 당 1000원~1만원에 이르는 지각비도 받고 있다.
대리입금 자체는 소액이지만, 돈을 갚지 못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이나, 협박, 감금 등 추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고, 피해자가 경제 관념이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 층에 집중돼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커질 요소가 많다. 금감원에서는 2019년 6월부터 대리 입금 광고 수집을 하고, 지난 해 7월 이후 생활지도 강화, 교육 동영상 제작 등의 일부 개선이 있지만, 정작 청소년 대상 대리입금 실태조사는 전무한 상태다.
■유심개통, '렌탈가전 깡'으로 범죄 연루
차주가 대포폰을 개통해주거나 렌탈 가전을 제공해주고 소액 현금을 빌리는 꼼수 대출도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 이른바 '내구제 대출'이다. 스스로 나를 구제한다는 의미지만 사실상 차주가 되면 범죄에 가담하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이 쓰는 통신서비스에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 특히 해당 대포폰이 중대 범죄에 쓰일 가능성도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장혜영 의원은 최근 2년간 내구제 대출과 관련된 판결문 40건을 분석해 발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차주는 선불 유심을 대리개통해주거나 렌탈 가전제품을 맡기고 소액 현금을 빌렸다. 40건의 판결중 18건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었다. 차주가 대포폰 개통을 해주고 돈을 빌린 결과 벌금을 물었다. 가장 가벼운 처벌도 벌금 300만원에 달했다. 소액 자금을 빌렸으나 결과적으로 수백만원의 벌금을 낸 셈이다.
렌탈가전을 빌려주고 돈을 빌리는 내구제 대출도 있다. 월정액을 내는 정수기, 전자레인지 등을 맡기는 대가로 소액 현금을 받는 형식이다. 내구제 대출은 주로 청년들이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5년간 20대 이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범행 건수는 10배가량 늘었다.
장혜영 의원은 "내구제 대출은 '대출'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유심과 같은 실물 거래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대부업법 등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때문에 금융당국 신고 과정에서도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없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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