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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꽃게 풍년

[fn스트리트] 꽃게 풍년
2개월 간의 꽃게 금어기가 끝나고 조업이 시작된 지난 8월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수협공판장에서 상인과 관계자들이 서해안에서 잡아 올린 꽃게를 소비자들에게 팔기 위해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꽃게는 한국과 중국·일본·대만 해역에만 분포한다. 매년 11∼4월쯤 제주도 남쪽 해역에서 겨울을 나고, 4∼9월쯤 서해안과 양쯔강 하류 지역으로 옮겨간다. 서해안 연평도 해역을 지나는 7~8월 산란기는 금어기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 6월에 잡히는 알배기 암게를 상등품으로 친다.

매년 5~6월이면 '꽃게 전쟁'을 치른다. 황금어장인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은 시한폭탄처럼 일촉즉발이다. 남북한 어선과 중국 어선까지 몰려 '꽃게 삼국지'를 되풀이해왔다. NNL 수역에서는 연평도를 비롯해 백령·대청·소청·우도 등 서해 5도 주민들과 북한, 중국의 어선 수백척이 사활을 건 각축전을 벌인다.

군사전문가들은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한다면 서해 NNL이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 2018년 남북 정상은 판문점선언에서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자고 합의했다.

지난 2000년 '납 꽃게 파동'도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연평도산 꽃게 때문에 일어났다. 꽃게를 한국에 수출해서 재미를 본 중국 상인들이 게 안에 납덩이를 넣어 무게를 부풀린 사건이다. 꽃게는 연평도 어민들뿐 아니라 북한과 중국 연안 어민까지 먹여살리는 귀한 존재인 셈이다.

꽃게가 10년 만에 최대 풍작이라는 소식이다. 전국 꽃게 어획량의 약 45%를 차지하는 전국 최대 꽃게 산지인 인천의 지난 9월 한 달간 꽃게 어획량은 2117t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6% 늘어났다. 이는 2012년 9월 2690t을 수확한 이후 최고 기록이다.

가을은 수게의 계절이다.
지난 여름 긴 장마로 강수량이 늘어나면서 영양염이 육지에서 바다로 충분히 공급돼 동물플랑크톤의 먹이인 식물플랑크톤이 잘 생육한 덕분에 살이 차올랐다. 여름에 알을 낳아 살이 빠진 암게와 달리 수게는 금어기가 끝나는 가을에 제일 통통하다. 이맘때를 손꼽아 기다린 마니아들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