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범위에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만...성년인 형제자매는 배제
군사망사고 진상규명 신청 절반은 형제자매가
전문가 “일시 지급하는 사망보상금이라도 줘야”
지난달 14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3년 조사활동보고회에서 송기춘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1980년대 군에 입대한 A씨는 부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당시 군 수사결과는 A씨가 “근무상황 확인 차 걸려온 전화를 받지 못한 데에 따른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었다.
30여년 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당시 선임병에 의한 구타·가혹행위와 열악한 근무환경이 A씨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보고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A씨의 죽음이 순직으로 인정돼도 가족이 배상을 받는 등 실질적인 구제를 받을 길은 없다. 살아 있는 A씨 가족이 형제들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유공자법 등은 ‘유족’의 범위에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만 포함하고 성년이라도 형제 자매 는 배제했기 때문이다.
17일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에 접수된 진정 건수 1786건 중 형제자매가 진정한 건수는 840건으로 전체의 47%를 차지한다.
군사망사고진상조사위원회 전신 격인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지난 2009년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 사건까지는 부모가 생존해 있는 경우가 드물었다.
형제자매가 위원회에 진정한 건수 840건 중 70년대와 그 이전 사건은 361건으로 전체의 43%다.
게다가 2021년인 점을 감안해 80년대 사건 244건까지 포함하면 형제자매가 진정한 사건의 72%는 부모가 살아 있을 확률이 높지 않다.
하주희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는 “지난 2015년에 군인사법이 개정되고 순직 여부를 재심사해 하는데 (순직이 인정됐는데도) 형제자매가 배상받지 못하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한 형제자매가 유족 적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취하한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사망보상금’에 형제자매의 수급권을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하 변호사는 “국가가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해 숨진 게 확인됐는데도 아무 배상을 못 받는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복잡한 문제지만 적어도 일시금으로 주는 사망보상금 지급은 고려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순직 군인 형제자매의 유족 인정 문제에 대해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종합적인 사회 분위기도 필요하고 협의·공청을 거쳐 중장기적인 예산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기존 유족에 해당하는 분들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쟁에서 전사하신 분은 자녀가 없을 때 한해 형제자매를 지원하는 제도도 현재 있다”고 덧붙였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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