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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다 만 채 20년' 포항 금광포란재 뜯어내고 명품 단지로[흉물로 방치된 땅]

7·끝 포항 용흥동 금광포란재 아파트

'짓다 만 채 20년' 포항 금광포란재 뜯어내고 명품 단지로[흉물로 방치된 땅]
지난 1997년 사업 승인 후 2000년 공정률 44%에서 공사가 중단돼 지금까지 도심 속 애물단지인 흉물로 남아있다. 지난 9월 3일 철거 공사에 들어가 12월 말 모두 철거될 '용흥동 금광포란재 아파트'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포항=김장욱 기자】 경북 포항시 관문인 북구 용흥동 금광포란재 아트트가 20년 이상 흉물로 방치, 도시민관을 크게 해치는 것은 물론 포항을 찾는 외지인들에게도 첫 인상부터 혐오스런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

특히 흉물 아파트 단지가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안전문제는 물론 청소년들의 일탈 장소로 둔갑, 포항 시민들은 공사를 재개하던 지, 아니면 철거하던 지 하루빨리 해결책을 찾아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지난 1997년 사업 승인 후 20년 이상 흉물로 방치

대구∼포항고속도 포항IC에서 구도심으로 빠지는 길목에 위치하고, 포항 시내 진입로인 북구 용흥동 고갯길을 넘으면 시야에 들어오는 짓다만 흉물 아파트가 바로 금광포란재다.

금광포란재는 ㈜성우주택이 지난 1997년 시로부터 북구 용흥동 482-1 외 17필지에 전체면적 5만9757㎡에 지하 4층, 지상 15층 314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설 사업 승인 허가를 받아 지어졌다.

하지만 성우주택이 경영난 등의 이유로 2000년 부도를 맞았고, 이에 따라 공사도 멈추게 됐다.

이후 건물이 방치돼 오다 2003년 ㈜금광건업이 사업을 인수해 공사를 재개했다. 하지만 이 회사마저 2007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자금난 등을 겪으면서 부도가 나면서 2008년 12월부터 다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해당 부지는 경매로 넘어갔고, ㈜솔빛주택건설이 2010년 아파트 부지를 경매로 낙찰을 받은 후 금광 측과 협의하면서 공사를 다시 시작하려 했다.

솔빛 측은 시에 아파트를 다시 짓겠다며 자신들로 사업주체를 변경하는 '사업 계획 변경'을 신청했지만, 시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부지의 주인은 솔빛주책건설이지만, 건축주는 금광건업으로 각각 소유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솔빛주택건설은 2018년 12월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1심과 2심 모두 솔빛주택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시와 보조참가인 성우주택건설은 판결에 불복하며 지난해 8월 대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도심 흉물·청소년 우범지대 전락, '더이상 방치 마라'는 시민청원까지

지난 2008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공정률 44% 상태로 멈춘 금광포란재는 도심 흉물은 물론 청소년들의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심지어 지난해 10월 이곳 현장 사무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까지 발생,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더욱 컷다.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4시15분께 금광포란재 아파트 현장 사무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 소방당국은 장비 15대와 인력 30명 등을 투입해 2시간 만에 불을 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1개 동이 전부 불에 탔다.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씨(53·북구 용흥동)는 "공사가 중단된 지 20년 가까이 된 건물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초기 진화를 잘 해 큰 피해 없이 잘 넘어갔지만, 다시 화재가 나 불씨가 인근 아파트 단지로 옮겨 붙는다면 대규모 재산 및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안전대책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금광포란재 아파트가 20년 넘게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되다 보니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청소년들이 자주 이곳에 들락거려 탈선 장소로 둔갑했다"면서 "공사를 하루빨리 재개시키던 지 아니면 건물을 철거하던 지 해결책이 빨리 나와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시청 홈페이지에는 '주민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금광포란재 아파트를 더는 방치하지 마세요'라는 시민청원까지 올라왔었다.

청원인은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금광포란재 아파트에서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며 "건조한 날씨를 고려하면 충분히 큰 불이 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전문제를 유발하고 주민 재산권까지 영향을 미치는 금광포란재 아파트 문제해결을 위해 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는 건축물과 대지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거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시 관계자는 "건축 공사용 안전펜스 등을 분기별로 유지 보수하며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의 불편을 잘 알고 있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우여곡절 끝 철거, 명품 아파트 건설 추진… 도심미관 개선 기대

시는 대표적인 골칫덩이이자 오랜 숙원 사업이던 금광포란재 아파트와 관련 당사자 간 각종 소송 진행 및 대법원의 사업승인 취소 가능 판결 등 우여곡절 끝에 토지소유자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3일 사업계획승인을 취소했으며, 건축물 해체허가 등 관련절차를 거쳐 철거를 시작했다.

하지만 상반기 중 철거를 시작할 뻔 했지만 광주시의 철거현장 붕괴 참사로 건축물 해체에 대해 더욱 강화된 기준과 점검이 이뤄지면서 애초보다 철거절차가 미뤄졌다.

아파트 철거는 현재 소유자인 솔빛주책건설이 진행한 후 부지를 또 다른 업체로 매각될 예정이다.
부지 인수 업체는 대형 건설사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500가구 내외의 새로운 아파트를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기존 건축물을 철거한 후 이곳에 500가구의 명품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늦어도 12월 말까지 완전히 철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시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오랜 숙원사업이 해결돼 매우 기쁘다"면서 "새로운 명품아파트 건설로 용흥동이 새롭게 발전하는 시발점이 되고, 도심미관 개선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