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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성 칼럼] 도 넘은 세금정치

[김규성 칼럼] 도 넘은 세금정치
세금을 화두로 여야 대선주자들이 맞붙었다. 세금 불길이 정치를 삼킬 기세다. 최초 발화점은 부동산 보유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최근 국토보유세 카드를 꺼냈다. 세법에 없는 새로운 세금이다. 건물은 제외하고 토지에 세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과표구간에 따라 최대 2%의 토지세를 걷어 대표공약인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종합부동산세 전면 재검토를 포함한 세제개편안을 제시했다.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단순화하면 이 후보는 증세, 윤 후보는 감세다. 한국 정치사에서 한동안 세금 문제는 일종의 금기였다. 여론의 호된 비판이 따랐기 때문이다. 사례는 여럿 있다. 노무현정부가 2005년 도입한 종부세는 세금 폭탄이라는 공격을 받으면서 다음해 지방선거에서 여당 참패의 원인이 됐다. 박근혜정부 때 조원동 당시 경제수석의 '거위 깃털' 발언도 있다. 2013년 8월 세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거위가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살짝 깃털을 빼내는 것"이라며 증세 계획을 설명했다. 여론은 강하게 반발했고 3일 만에 철회했다. 감세 역시 첨예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온다. 입법화 과정에서 '부자감세'라는 비판 목소리를 넘기가 쉽지 않다.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유력 후보들이 적극 나서는 것은 득표전략 때문이다. 근래 두 차례의 대선에서 표 결집력이 확인됐다. 2012년 대선에선 감세를 내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승리했다. 2017년 대선에선 증세를 공약한 문재인 후보가 이겼다. "종부세 대상자들에게 종부세는 그야말로 세금폭탄일 수밖에 없다"(윤 후보), "(국토보유세에 대해) 국민 90%는 내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다"(이 후보)는 주장은 전통적 지지층을 이른바 세금정치로 묶겠다는 속내다.

문제는 세금정치가 가져올 부작용이다. 세제는 정교해야 한다. 국토보유세가 도입되면 종부세와 재산세 등과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재산권 침해 등의 위헌 소지도 있다.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도 마찬가지다. 재산세는 토지·건물 같은 물건에 부과하지만 종부세는 보유자에게 매기는 인별과세다. 성격이 다른 세제는 통합할 수 없다. 이처럼 '익지 않은' 공약들은 당장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혼란을 키울 수 있다.

미국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은 "죽음과 세금 빼고는, 세상에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했다. 국민인 이상 세금을 피할 수 없고 개인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게 세제라는 의미다. 우리 헌법에도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제59조)고 규정하고 있다. 증세든, 감세든 국회에서 법률에 따라 그만큼 정교하고 신중하게 다루라는 지침이다. 최대 다수에게 최대한으로 표를 받기 위한 세금정치 남발은 그래서 위험하다.

증세도 좋고 감세도 나쁘지 않다. 복지에 추가적 재원을 분배하겠다면 증세해야 하고, 기업경쟁력과 경제활력을 북돋겠다면 감세를 고려할 수 있다.
세제공약을 내세우면 국민이 선택할 문제다. 다만 임시방편으로 지지층 입맛만 만족시키는 게 아닌 큰 그림의 공약을 보고 싶다. 조세원칙을 허물고, 이념에 지나치게 호소하는 '세금 손볼게, 표 다오'식은 아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