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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톡] 인구의 1%를 위하여

[재팬 톡] 인구의 1%를 위하여
일본 도쿄도(都) 신주쿠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인 니시도쿄시 히바리가오카 지역에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들을 위한 사랑방이 6~7곳 있다. 이 지역 한 단체가 운영하는 헌책방, 식당, 북카페, 강의실 등이다. 최근 방문한 이곳에서는 히키코모리 상태를 극복하고자 하는 이들이 점원으로, 요리사로, 제빵사로, 공예사로 일하고 있었다. 상태가 크게 호전된 경우에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도 지급된다. 단체의 대표는 "사회에 나갈 때 이력서에 한 줄 경력이라도 되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히키코모리들이 세상과 접점을 만들기 위한 공간인 것이다. 칩거 상태에서 이곳까지 나오기까지는 대개 1~3년은 걸린다고 한다.

잘 대화를 주고받다가도 금세 토라질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타고난 장애 때문에 말은 조금 어눌해도 표정만은 밝고 따뜻해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지적인 인상을 풍기는 중년 여성도 있었고, 수줍은 표정을 짓는 소녀도 있었다. 또 이제는 상태가 호전돼 당장 어디라도 취업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도 있었다. 누구보다도 세상의 공기에 예민했고, 그래서 더 크게 상처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택했던 게 고립, 단절, 갇힘이었으나 가족과 스스로를 더욱 고통스럽게 했음은 물론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히키코모리에 대해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취업, 취학 등) 사회활동을 회피하고, 6개월 이상 대체로 집에서 머무르고 있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규정상 6개월 이상이라고는 하나 현실은 5~10년, 심지어 20년 이상 장기 히키코모리 상태인 이들도 많다. 일본 정부 공식 추산으로는 약 115만명으로, 일본 인구의 1% 남짓 되는데 실상은 인구의 3~5%까지 된다는 주장도 있다.

대략 3년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이 단체(일반 사단법인)의 입회비·수업료는 0엔이다. 자신과 가족에게 수입이 없는 경우다. 이유를 물으니 "일본 정부, 지자체 등에서 보조금이 나온다"고 했다.

일본 각지에는 정부와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히키코모리 지원 상담센터를 비롯해 이 단체와 같은 일반 사단법인, 비영리조직(NPO), 히키코모리 당사자 단체는 물론이고 영리 목적이 가미된 히키코모리를 위한 취업학원까지 히키코모리 지원체계가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구성돼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내각부 등은 히키코모리 지원을 위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정례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에는 히키코모리 관련 조직이 설치돼 있다.
1980년대 등교거부 사태를 필두로, 사회문제가 된 히키코모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과 시행착오들은 분명 참고할 부분이 있어 보인다. 정책의 성패를 떠나 '인구의 1%를 위하여' 그 사회가, 정부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덤벼들었는가, 그에 대한 증거 자체는 차고 넘쳤다. 은둔형 외톨이가 얼마나 있는지, 공식 통계나 추산치조차 없는 한국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