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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오세훈표 모아주택

[fn스트리트] 오세훈표 모아주택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모아주택 추진계획'을 발표한 뒤 모아타운 시범사업지인 강북구 번동을 둘러보고 있다. 모아주택은 이웃한 다가구·다세대주택 필지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서 블록 단위로 양질의 주택을 공동 개발하는 정비모델이다. 사진=뉴시스
요즘 다락같이 오른 집값에 주거사다리가 끊긴 청년층의 한숨이 깊어진 탓일까. 조그만 주택 2층에 세 들어 살던 새내기 직장인 때가 생각난다. 당시 골목길이 밤이면 다닥다닥 세운 차들로 인해 구급차도 간신히 지나갔던 기억도 새롭다.

지금도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빌라)이 아파트에 비해 주차난이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대개 1층은 기둥만 세워두고 2층 이상에 방이 떠있는 필로티 구조다. 그러나 1층 공간이 협소해 주차엔 한계가 있고 유럽 도시들에 비해 주변의 미관도 처진다. 그래서 "(다세대주택의) 소규모 필지를 여러 개 묶어서 지하주차장을 만들 수 있는 규모로 만들어야 한다"는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대안에 공감하게 됐다.

서울시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에 새로운 정비모델을 도입한다. 이른바 '모아주택' 개념이다. 즉 이웃한 다가구·다세대주택 필지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서 블록 단위로 양질의 주택을 공동개발하는 방식이다. 지난 13일 오세훈 시장은 강북구 번동에서 이 같은 내용의 '모아주택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26년까지 총 3만가구의 신축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징벌적 세제로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정부의 최대 실정이다. 게다가 박원순 전 시장의 도시재생 구상도 서울의 주택난을 결과적으로 부채질했다. 노후주택을 재개발하는 대신 체육시설과 쌈지공원을 짓거나, 벽화나 가로등 정비에 주력하면서다. 이로 인해 집값이 치솟자 임기 말 정부도 공급 확대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방학 내내 놀다 개학 직전에 숙제를 해치우려니 잘 될 턱이 없다.

그런 맥락에서 여야 대선 후보들이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을 내놓고 있으니 다행이다.
오세훈표 '모아주택' 프로젝트는 더 긍정적이다. 당면한 서울시의 주택공급 애로를 타개할, 작은 지렛대 구실이 기대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참에 우리네 수도 서울의 뒷골목 풍경도 유럽 도시처럼 산뜻하게 바꿀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