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표 얻으려 약속 남발
이러다 온 나라가 공사판
사진=뉴스1
여야 대선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3일 경기도 의왕에서 "현 정부의 공급계획에 105만호를 추가, 전국에 총 311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그는 서울 지하철 1·2·4호선과 경의선, 중앙선 지하화도 언급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21일 충청권을 방문, 제2대덕연구단지와 충청내륙철도 건설 등을 약속했다. 대선 때마다 유력 후보들이 전국을 돌며 토건 공약을 쏟아내던, 익숙한 풍경이 재현된 꼴이다.
대규모 인프라 공약은 엄청난 재정 부담을 초래한다. 그래서 선거 후 흐지부지되거나, 실행되더라도 효용성이 없어 국가적 애물단지로 남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청주나 양양, 무안, 예천 공항이 후자의 적나라한 증거다. 이번에도 유사한 전철을 밟게 될 조짐도 보인다. 재원을 어디서 조달해 언제 실현하겠다는 세부안이 안 보이는 공약들이어서다. 이 후보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를 거론하고, 윤 후보는 부울경 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을 선창했지만 구체적 실행 로드맵이 없긴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후보들이 내놓는 지역 SOC 공약에 최소한도 수준의 예비타당성 조사나 환경영향평가를 고려한 흔적조차 안 보이니 문제다. 지역 표 흡수에 도움이 될 만한 토건사업이면 뭐든지 던져놓고 보겠다는 식이니 말이다. 이 후보가 김포공항을 옮기고 그 자리를 주택단지로 개발하겠다고 했다가 거둬들인 게 단적인 사례다. 대선후보들이 표에만 눈이 어두워 지역 인프라 공약을 남발하면 후유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불길한 징후가 나타났다. 이, 윤 후보가 앞다퉈 수도권 GTX 확충 공약을 내놓자 평택과 안성 등 예상 수혜지역의 집값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며칠 전 "1월 들어 일부 지역의 주택 가격이 대규모 개발 공약에 영향을 받는 조짐이 있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했다. 오죽하면 현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에 책임이 있는 그가 이런 걱정까지 했겠나.
물론 SOC 확충으로 국토를 균형 있게 발전시킬 수만 있다면 누가 이에 반대하겠나. 역대 정부의 토건사업을 그토록 비판하던 문재인정부도 이를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예타도 면제한 채 100조원 넘게 들여 온갖 인프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후보들이 신규 SOC 사업을 보탠다면 온 나라가 공사판이 될 판이다. 후보들이 나라를 빚더미에 올릴 선심성 개발 공약을 자제해야겠지만, 유권자의 분별력도 중요하다. 누가 후보 토론에서 실현가능한 공약을 내놓는지를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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