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소득대체율 삭감 개혁
이후 15년동안 연금개혁 방치
주요공약에도 정부·국회 소극적
별도 국민연금개편委 구성 주장도
국민연금 재정 고갈은 예견된 일이었다. 학자들은 국민연금이 '저부담·고급여' 구조로 설계됐을 때부터 고갈을 전망했다.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이 같은 상황을 눈앞에서 보고도 정부와 국회는 지난 15년간이나 연금 개혁을 방치했다. 다음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의 '마지막 보루'가 된 이유다.
14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개혁은 2007년 노무현정부 당시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다시 40%로 줄인 것이 마지막이다. 15년 전에 멈춰 있는 상태다.
그사이 인구구조는 급격하게 변했다. 2007년 당시 합계출산율은 1.26명 수준이었다. 전년도인 2006년 1.13명에서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했었다.
그러나 점점 추락해 2018년 0.98명을 기록해 1명 아래로 떨어진 이후 2021년엔 0.86명을 예상하고 있다. 이마저도 2년 전 추계로,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인해 전망은 더 어두워진 상태다.
가장 큰 책임은 정부의 미온적인 일처리다. 국민연금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금 전문가였다. 그러나 복지부가 제시한 '더 내고 더 받는' 개편안을 문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탐탁지 않아했다. 국민 눈치보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후 정부는 '4지선다형' 답안지를 제출했고 책임도 함께 국회에 떠넘겼다. 박 전 장관 역시 "국회가 논의·결정해달라"라며 국회 탓을 했다.
국회도 책임이 크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 부담이 커지면서 표를 의식해 연금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정부안을 하나만 가져오라'며 퇴짜를 놓은 뒤 아무런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연금 제도개선은 법으로 정한 의무사항이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정부는 5년에 한 번씩 재정추계를 통해 개선안을 만들도록 의무화돼 있다.
정부로서는 의무사항만 지키고 결정권은 국회에 떠넘겼고, 국회는 '나 몰라라' 했다. 그 결과 국민연금은 예상 가능하지만 간과하는 위험을 뜻하는 '회색코뿔소'가 돼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별도의 국민연금개편위원회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가급적 정치권의 입김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수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연금개혁은) 정치인들이 여론을 수렴해서 정책으로 실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제대로 개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면서 전문성이 뒷받침되고, 미래 세대의 의견까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위원회 조직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매년 국회와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식 소모적인 논의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안정장치도 거론된다.
자동안정장치는 평균수명과 가입자 대비 수급자의 부양비율, 즉 인구구조의 변동에 보험료나 소득대체율을 자동 연동하는 제도다. 저출산·고령화 속에 연금 재정이 나빠지지 않도록 해 특히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19개 나라가 채택하고 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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