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장소 방문해도 적발 불가
통제 방안 없어 제재 힘들어
제20대 대통령선거 본투표일인 9일 서울 용산구 용산푸르지오파크타운 휘트니스센터 GX룸에 마련된 서빙고동 제1투표소에서 확진자 투표시간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지만, 확진자 투표와 관련한 방역 우려가 현실화 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양심에 맡겨진 확진자·자가격리자 위험성을 언급하며 "코로나19 확산세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가격리를 이탈한 확진자는 지금의 확산세를 초래한 큰 원인 중 하나"라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지키려 노력하지만 예외적인 사람은 늘 있지 않나. 정부의 방역체계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이를 통제할 장치가 사라진 상태"라고 짚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8일 기준 재택치료자가 116만여명에 달하고, 이중 18세 이상 성인을 기준으로 88만명 내외를 예상했다. 그러나 확진자 중 몇 명이 투표에 참여했는지 알 수 없어 방역 당국도 정확한 확진자 투표 수치에 "예측이 어렵다"고 밝혀, 방역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태다.
9일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20대 대선 본 투표가 진행된 이날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도 투표에 참여했다. 정부는 확진·격리자는 오후 5시 50분부터 일시적으로 외출을 허용했다.
확진·격리자가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방역 허점이 남았다.
확진자도 투표소가 있는 실·내외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확진자의 격리지 이탈 여부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확진자가 투표소 이외에 다른 장소를 방문해도 이를 확인하거나 제어할 방안이 마땅치 않아서다. 방역당국이 확진자의 동선을 일일이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격리 여부는 사실상 양심에 맡겨져 있다.
투표를 하고 나와 마트 등 볼일을 봐도 제어할 방법도 없었다. 격리지 무단 이탈한 확진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지만 적발되기는 어려워 '유명무실'하다. 누가 확진자인지 몰라 적발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코로나19 재택치료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자가격리자 일탈 사례는 이미 수차례 문제된 바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선거로 인해 발생하는 변수가 코로나19 확산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투표를 하고 격리지로 돌아가지 않은 확진자가 음식점이나 카페 등 실내를 이용하면 큰 문제다"며 "확진자가 폭증하는데도 일부 국민들의 긴장감은 오히려 느슨해진 거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거리두기를 성급하게 완화하고 자가격리와 치료를 자율에 맡기다 보니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이라며 "결국 국민 중 상당 수가 코로나에 감염되고 나서야 확산세가 정점을 내려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9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4만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누적 확진자 수도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 2년1개월여(779일) 만에 500만명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에 진입해 앞으로 약 2주 사이에 최정점을 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4만2446명 늘어 누적 확진자는 총 521만211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158명이다. 누적 사망자는 9440명, 누적 치명률은 0.18%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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