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FM 라디오서 DJ로 나서
반전 음악 11곡 선곡해 진행
노벨문학상 후보로 매년 거론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AFP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어르신들이 멋대로 시작한 전쟁에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전부터 계속 그랬던 것이나, 정말로 슬퍼해야 할 일이다."
일본의 문학가 무라카미 하루키(73)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지난 18일 이런 내용의 반전 메시지를 냈다.
무라카미는 이날 밤 11시부터 55분간 도쿄FM의 특별 프로그램 '무라카미 라디오-전쟁을 멈추게 하기 위한 음악'의 진행자로 나서서,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음반 가운데 반전과 관련된 총 11곡을 직접 골라 틀고, 음악에 담긴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소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전쟁이 벌어졌다"며 "음악으로 전쟁을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청취자로 하여금 '전쟁을 멈추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그가 이날 처음으로 내보낸 곡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인 제임스 테일러의 '네버 다이 영'(Never Die Young)이었다. 이어 1940∼50년대 활동한 미국 유명 포크 밴드 '더 위버스'(The Weavers)의 '라스트 나이트 아이 해드 더 스트레인지스트 드림'(Last Night I Had the Strangest Dream)을 틀면서 한국전쟁이 벌어졌던 때 작곡된 반전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2월27일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에 있는 기차역 안에서 한 가족이 피난을 떠나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AP뉴시스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리비우에서 우크라이나 한 군인의 장례식에 고인의 친척과 친구, 전우들이 참석한 모습. AP뉴시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71년 발표된 평화와 반전 메시지를 담은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과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의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도 선곡리스트에 올랐다. 마지막 11번째 곡은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였다.
그는 "전쟁을 그만두게 하자는 마음이 모여 조금씩이라도 힘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평화를 기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지난 2020년에도 라디오 DJ로 나서서, 코로나 사태의 비극을 위로한 바 있다.
앞서 이번 방송을 기획한 노부에 히로시 프로듀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발언은 해외에도 영향력이 있다"며 "그의 선곡과 메시지가 전 세계에 전해져 많은 이의 마음에 와닿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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