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강대권 ‘맞손’ ESG행동주의운용사 첫 타깃 SK 눈길
'리스크관리위원회' 설치도 요구..기업가치 제고 적극 주문
[파이낸셜뉴스] ESG행동주의를 표방하며 출범한 라이프자산운용이 SK(주)를 상대로 주주서한을 보냈다. SK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소각하라는 것이 골자다.
26일 라이프운용은 SK㈜가 보유중인 자기주식의 10%인 180만주(시가 약 4600억원 수준)의 조속한 소각과 재무적·잠재적 리스크 관리를 위한 리스크전담임원(CRO) 선임 및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신설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강대권 라이프운용 대표는 “SK㈜는 최근 적극적인 자본 운용을 통해 계열사 지배를 위한 단순 지주회사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영역을 개척하고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투자회사’로 구조혁신에 성공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 SK㈜의 뛰어난 투자성과는 여전히 시장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SK㈜는 2017년 이후 연 11.5%의 주당 순자산가치(BPS) 성장을 창출했다. 이는 동기간 세계 최고의 투자회사로 불리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BPS 성장률이 연 12% 수준임을 감안하면, SK㈜가 이미 투자회사로서의 역량을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우수한 실적과 사업구조 변화에도 불구하고, SK㈜의 주가는 여전히 5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타 지주사들과 마찬가지로 고질적인 지주사 할인(디스카운트)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주가 저평가의 원인으로 우선 SK㈜를 전통적인 지주회사로 인식하고 관습적인 디스카운트를 적용하는 시장의 오해를 꼽았다. 그는 "자사주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로 인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시장이 믿지 못하는 점도 문제"라며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이루어진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환에 따른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SK㈜를 저평가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에 라이프자산운용은 시장의 의구심과 그로 인한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자기주식의 일부 소각’을 조속히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참고로 2021년 말 기준 SK㈜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은 발행 주식 총수의 24%에 달한다.
강 대표는 “지난 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소각을 언급한 점에 대해 환영을 표하지만, ‘자기주식 소각’은 회사가 주총에서 말한 고려할 만한 옵션이 아닌 최우선 주주환원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올해 약 20여개의 국내 상장사들이 자기주식 소각을 발표했고, 이러한 발표 이후 해당 기업의 주가가 상승한 사례가 많았다. 이에 라이프자산운용은 SK㈜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의 10%에 해당하는 180만주의 소각(시가 약 4600억원 수준)을 시행할 것을 주주서한을 통해 요구했다. 또 라이프자산운용은 SK㈜의 급격한 구조변화에 따른 위기대응능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투자 리스크의 총량을 관리하는 리스크전담임원(CRO)을 임명하고,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신설할 것을 제안 했다.
강 대표는 “SK㈜의 주된 재원 조달 원천은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이다. 하지만 최근 지주회사와 자회사들이 동시에 투자규모를 확대하면서 배당금이 축소되고 단기차입 의존도가 증가했다"며 "SK㈜의 현금흐름에 대한 우려는 기업가치 할인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가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신규 투자 등 자본배분 및 운용에 관한 사항을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ESG 우호적 행동주의’를 표방하며 2021년 출범한 라이프자산운용은 ‘가치투자 1세대’인 이채원 전 한국투자밸류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강대권 대표와 라이프자산운용의 전신 다름자산운용의 설립자 남두우 대표가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현재 2700억원 수준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대표 펀드로 ‘라이프 한국기업ESG향상 펀드’가 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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