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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속 휴면카드 1000만장 돌파… 카드사 그래도 웃는 이유는

1분기 1037만장…전체의 17%
자동해지제도 폐지에 갯수 증가
“신규 가입유치보다 마케팅 수월”

장롱속 휴면카드 1000만장 돌파… 카드사 그래도 웃는 이유는
휴면카드 수가 올들어 급증하고 있다. 5장 중에 한 장은 이른 바 '장롱 속 카드'일 정도다. 휴면카드는 1년 이상 사용 실적이 없는 개인·법인 신용카드를 의미한다. 이처럼 휴면카드가 증가한 이유는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정 변경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8개 카드사 휴면카드 1000만장 돌파

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 사 기준으로 지난해 4·4분기 960만7000장이었던 휴면카드 수는 올해 1·4분기 들어 1037만1000장으로 1000만장을 넘어섰다. 휴면카드 수는 지난해 3·4분기 이후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농협, 지방은행 카드를 포함한 전체 카드(19개사)를 기준으로 봐도 지난해 3·4분기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3·4분기 휴면카드 비중은 15.48%였으나 4·4분기에는 15.97%, 올해 1·4분기에는 17.56%로 급증했다.

휴면카드 수는 롯데카드가 174만3000장으로 가장 많았으며 KB국민카드가 165만4000장으로 그 뒤를 이었다.

카드 업계에서는 휴면카드가 급증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정 변경을 꼽았다. 이전에는 고객이 1년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계약 유지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됐으나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안에 따라 지난 2020년 5월부터는 5년까지 휴면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특정브랜드에 혜택이 집중된 상업자표시전용카드(PLCC)가 인기를 끌면서 필요한 혜택만 잠깐 쓰고 마는 체리피커가 양산돼 휴면카드가 급증했다는 분석도 있다.

■카드사, "휴면카드 증가 싫지 않다"

이처럼 휴면카드가 급증하고 있지만 신용카드 업계는 싫지 않은 분위기다. 신규 고객을 창출하는 것보다는 휴면카드 고객을 공략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 장의 신규 카드를 발급하는 데 드는 마케팅 비용은 약 20만원에 달한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신용카드 모집인을 통한 대면 영업도 어려워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물론 휴면카드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신규 고객 유치가 워낙 어려운 만큼 휴면 카드 고객이라고 갖고 가는 게 카드사로서는 훨씬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카드사에서는 휴면카드 사용을 유도하는 이른바 리텐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휴면카드 자동해지 제도 폐지로 휴면카드가 다소 증가했다"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디지로카 앱 초개인화 서비스로 고객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고, 지속적인 이용유도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휴면카드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카드도 휴면카드 진입 직전의 고객을 따로 관리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소비가 많아지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휴면카드 고객을 이끌어내기 위한 대대적인 이벤트를 시행한다. 이용 조건 없이 응모 고객 모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세대별 맞춤 아이템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준비했으며 모든 가맹점에서 별도의 응모 절차 없이 2~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도 제공한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