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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국민의 뜻을 받든 대통령

[fn광장] 국민의 뜻을 받든 대통령
맹자의 양혜왕장구(梁惠王章句) 상편에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실려 있다.

맹자가 "몽둥이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칼날로 죽이는 것이 다릅니까" 하고 묻자 양혜왕이 대답하기를 "차이가 없습니다" 하였다.

맹자가 재차 "칼날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정치를 잘못해서 죽이는 것은 다름이 있습니까" 하고 묻자 왕이 "다름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렇듯 잘못된 정치를 펼치는 것은 사람을 칼로 찌르는 행위와 같다. 따라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는 목민관(牧民官)의 자리는 실력 또는 인격을 갖추지 못한 자가 함부로 맡아서는 안된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는 목민심서(牧民心書)의 첫 줄에 다음과 같이 적어놓으셨다. "타관가구 목민지관 불가구야(他官可求 牧民之官 不可求也·다른 벼슬은 구해도 좋으나 목민관의 벼슬만은 구해서는 안된다)." 민생을 살피는 목민관의 자리가 다른 어떤 자리보다 더 책임이 막중하므로 애써 구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현대에는 대통령이 곧 최고 목민관이다. 국가 단위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대통령의 자리는 수천만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이기에 오직 천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휩쓸려 맡게 되었을 때나 앉는 자리이지, 애써 구해서도 안되는 자리이며, 감히 탐하면 벌을 받는 자리이다.

5월 10일, 정치라고는 전혀 생각 않고 그저 국민과 공정만을 외쳤던 사시 9수생 출신 검찰총장이 민심에 떠밀려 천명을 받들어 이 자리에 앉게 된다. 물론 국민들 중 일부는, 안 그래도 제왕적 대통령제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정치구조에 검찰 출신이 당선되어 검찰 독재 공화국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모두 왕의 의미를 깨닫고 제대로 수행한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권력 남용과 부정부패의 상징으로까지 해석되며 독재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지만, 본래 왕(王)이라는 글자는 천, 인, 지(三)를 이어주는 자(|)라는 뜻이다. 하늘의 변화를 파악하여 다가올 위협과 기회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땅에서 이를 대비하는 사람. 국가 공동체 안에서 최고선을 추구하며 모두를 위해 삶을 바쳐야 하는 사람, 그 사람이 곧 왕이다. 막강한 권력은 그저 일의 편의성을 위해 국민들로부터 물려받은 권한이다.

산업혁명 시대 속에서 하늘의 변화를 읽지 못한 조선은 망국의 길을 걸었고 국민은 고통받았으며 국토는 수탈당했다. 다행히 이후 들어선 대한민국은 하늘의 변화를 파악하여 성공적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급변하는 국제정치와 4차 산업혁명 시대 속에서 변화하는 하늘의 모습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지금, 까딱하면 조선의 역사를 되풀이할 수도 있는 순간에 와있다.
자신의 선택 하나하나에 무수히 많은 생명이 달려 있다. 어찌 두려움이 없겠는가. 그러나 크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국민이 신임할 만한 능력이 있는 전문가 중에서 덕, 의리, 인을 갖춘 사람들을 요직에 앉힌다면 능히 하늘의 변화를 파악하고 대비하여 국민을 이롭게 하고 국토를 수호할 수 있을 것이다.

권대봉 중부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