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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장기화…폐업 공포에 떠는 베이징의 한국기업

현지 韓대기업, 출근·출장 막혀
주재원·교민도 활동 제한에 피로감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에서 출장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베이징 현지 대기업 관계자>

12일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집단감염이 발생 20일째 접어들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주재원, 교민들의 봉쇄 피해가 확산되고 피로감도 쌓이고 있다.

한 공기업 대표는 "입주한 건물에서 출근을 하려면 한국 본사의 직인이 찍힌 사유서 등 여러 가지 서류를 제출하라는 문자를 보내왔다"면서 "이마저도 1명만 가능하다고 하니, 나오지 말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은 지난해 말 중국 본토에서 재확산된 즈음 진출입을 엄격히 통제해 왔다. 이 때문에 대부분 기업들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이후로 출장을 미뤘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고 베이징도 잠식당하는 상황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출장은 양쪽(베이징과 현장) 모두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현재는 불가능"이라며 "베이징 내에서조차 중국 측과는 화상으로 회의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은행들도 한국교민 거주 밀집지역인 차오양구 영업점 문을 대부분 닫았다. 그나마 문을 연 교민 집단거주단지 인근 1~2곳도 창구는 1개만 운영한다. 은행 관계자는 "대기 줄이 길다"고 밝혔다.

대기업보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은 한숨 소리가 더 크다. 할 수 있는 것은 기존에 체결한 계약 물량을 처리하는 것 밖에 없다. 요식업은 식당 내 취식이 금지되면서 배달로 겨우 버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결국 문을 닫으라는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한국에서 비교적 최근에 부임한 한 기관 직원은 격리기간 중에 비자 만기가 도래하면서 짐을 풀어보기도 전에 돌아가야 할 처지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관은 중국 정부에 비정부기구(NGO)로 등록됐기 때문이다. 우려는 이런 상황이 언제 개선될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중국 최고 지도부는 제로코로나 유지 방침을 거듭 천명하고 있으며 베이징시는 봉쇄식 관리를 하는 건물을 895개로 확대했다. 또 시내버스 300여개 노선의 운행은 중단, 지하철역도 70개를 폐쇄시켰다.

주중한국상회 관계자는 "기업들에게 고충을 물어보면 상하이와 같은 상황을 대비해 통행증 발급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상하이 경우 확산을 우려로 통행증 발급을 꺼리면서 생필품조차 공급이 막혔었다.

주중 대사관은 전면 봉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대사관 내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베이징한인회와 대비하고 있다. 장하성 주중 대사는 특파원들과 만나 "기업 활동도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사관 차량은 어렵더라도 기업들은 통행증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