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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굴욕… 시총1위 뺏겼다 [해외주식 인싸이트]

미국의 대표적인 기술기업 애플이 10일(현지시간) 사우디 국영석유업체 아람코에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날 주가가 5% 넘게 빠지면서 시총이 쪼그라든 결과다. 인플레이션 악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자 애플을 비롯한 기술주들의 주가가 연일 폭락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애플의 심리적 저지선인 150달러가 깨지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당분간 시장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5.18% 하락한 146.5달러에 마감했다.

애플 주가가 140달러 대로 주저앉은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주가 하락으로 인해 시총은 2조4300억달러에서 2조371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시총 2조4300억달러인 아람코가 애플을 제치고 시총 1위로 올라섰다. 아람코가 시총 1위 자리를 되찾은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이날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기술주 투매 현상이 나타났다. 메타플랫폼은 4.51%, 넷플릭스가 6.25%, 마이크로소프트가 3.3% 각각 급락했다.

지난해까지 훨훨 날던 기술주들이 맥을 못추는 이유는 금리인상 공포와 실적 우려, 경기침체 가능성 등이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4월 CPI가 8.3%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8.5%)에 비해 완화된 것이지만 월가 예상치(8.1%)는 웃돌았다.

박혜란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빠르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9월에도 50bp(1bp=0.01%p)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위험자산 중에서도 금리 인상에 따라 할인율 부담이 큰 성장주를 중심으로 큰 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데 이어 6~7월 추가적인 빅스텝을 시사한 만큼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석훈 키움증권 글로벌전략팀장은 "애플은 1·4분기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다른 기술주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이날 주가가 150달러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애플 역시 힘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술주 바닥을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안석훈 팀장은 "아마존은 실적 발표 이후 매일같이 52주 신저가 깨고 있다"며 "실적 시즌이 종반부에 들어서면서 가이던스가 예상보다 나쁜 기업들의 하락폭이 크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매도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버티는 전략이 향후 회복 국면 도래 시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