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인 지향을 근거로 공공시설 대관 허가를 취소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성 소수자 인권단체 퀴어여성네트워크가 동대문구청과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구청과 공단이 퀴어여성네트워크에 500만원, 활동가 4명에게 100만원씩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퀴어여성네트워크는 지난 2017년 동대문구체육관에서 '퀴어여성생활체육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대관을 허가 받았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주민 민원이 들어오자 공단은 행사 기간에 체육관 보수공사가 잡혔다는 이유로 행사 취소를 통보했다.
이어 단체가 공단을 방문해 대관 날짜 조정을 요구했지만 공단 측은 비어있는 날짜가 있었음에도 "올해는 행사가 꽉 차 있다"며 거부했다.
이후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넣었고 인권위는 2019년 5월 성적지향을 이유로 행사를 취소한 것은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공단이 보수공사의 일자와 체육대회의 일자에 관해 조율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일방적으로 대관허가를 취소한 행위는 위법하다"면서도 "단체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손해발생 사실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헌법 제11조 1항은 평등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며 "기본권의 수범자인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타 공법인이 공공시설의 이용에 관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특정인을 배제하는 행위는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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