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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과수 신품종 연구 확대… 우장춘 박사 뜻 이어갈 것" [로컬 포커스 공공기관장을 만나다]

과수·화훼 등 특용작물 기술 개발
이지원 원예특작과학원장
과일·인삼·화훼 등 특용작물
행복한 삶 위해 꼭 필요한 연구
최근엔 IT·BT 등과 융복합 집중
고품질 생산·병해충 예방부터
스마트팜·치유농업까지 영역 넓혀

"채소·과수 신품종 연구 확대… 우장춘 박사 뜻 이어갈 것" [로컬 포커스 공공기관장을 만나다]
이지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이 지난 19일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원예특작과학원 청사 안 자신의 집무실에서 원예특작 산업에 대해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원예특용작물 연구는 국민 행복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기본적으로 과수와 화훼 같은 작물을 연구하며 쌀이나 밀 같은 작물 연구와는 구분된다. 생존에 꼭 필요하지 않지만,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한 연구라는 것이 원예특작 연구원들의 자부심이다. 단순히 배를 불리는 식량이 아닌 맛있는 과일, 예쁜 꽃, 건강을 지키는 채소 등을 먹거나 볼 때 행복감이 더 올라간다는 이치다. 이런 작물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일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하고 있다.

원예특작과학원은 농촌진흥청에 소속된 기관으로 340여 명이 원예특용작물 기술 개발과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원예특작 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향상을 목표한다.

원예특작 연구 시작점에 수박 연구로 유명한 故 우장춘 박사가 있다. 우장춘 박사는 1953년 원예특작과학원의 전신인 중앙원예기술원 초대 원장을 지냈다.

우 박사의 뒤를 이어 현재는 이지원(62)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이 원예특작 연구의 중심에 있다. 이 원장은 전북 김제 출신으로 전주고와 서울대 원예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에서 농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농촌진흥청 내에서도 소수만 있는 해외 연구원 경력을 가진 원예특작 전문가다. 시골 출신인 그는 농업이 화려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분야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를 좋아하는 개인적 성향과 농업에 대한 관심이 농업연구원의 길을 걷게 했다. 1990년 원예연구소 채소과 연구사로 공직에 입문해 채소 육묘 재배기술과 양액 재배기술을 확립하고 도시농업과를 신설해 도시농업 가치를 확산시켰다.

특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방문연구원과 네덜란드 와게닝헨대학연구센터 상주연구원 등을 지내며 국제적 경험을 쌓았다.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소한 원예특작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9일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이 원장을 만났다. 그는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우장춘 박사의 일대기를 다룬 '나의 조국' 책을 취재진에게 건네며 우장춘 정신을 이야기할 정도로 뼛속까지 농업과학자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채소, 과수, 화훼, 인삼, 약용작물, 버섯 등 원예특용작물에 대한 품종 육성과 생산기술개발을 목표한다. 최근에는 IT·BT 같은 융복합 기술을 활용한 부가가치 향상 기술개발을 주 임무로 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수요자 중심 신품종 개발, 수급안정, 수출지원, 수확 관리, 친환경 고품질 생산, 병해충 예방, 시설원예 자동화, 경영비 절감, 식·의약 생활소재 개발, 기후변화 대응 등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원예자원을 활용한 도시농업과 치유농업으로 연구 범위를 확대하는 중이다.

―최근 정권이 교체되며 원예특작과학원을 둘러싼 외부 요건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렇다. 과학원 상위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농촌진흥청장이 바뀌었다. 하지만 우리 과학원은 연구기관이기에 중점 사안이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큰 방향성에 변화가 없어 조직에 혼란은 없을 것이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이 원장의 임기는 2년+1년 이다)

―작물 소비자의 눈높이가 많이 높아졌다.

▲간편 소비, 기능성, 내재해성 등 소비자와 농업인의 수요를 반영하고 재배 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우수한 품종을 선발하고 있다. 선발된 품종의 효율적 보급과 정착을 위해 신품종 거점생산단지 조성도 지원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농산물은 유통전문가와 함께 시장성을 평가하고 마케팅을 지원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기후변화 위험을 최소화하고 품종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6대 신품종을 주산지 현장에서 검증하는 연구체계를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집중하는 정책이 있다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농업 기술 개발이다. 편리성, 노동력 절감, 안정성, 생산성 향상 등을 목표로 자동화, 기계화, 데이터 수집과 활용 등에 힘쓰고 있다. 스마트농업 기술은 시설원예 뿐 아니라 주요 노지채소, 과수 등에도 적극 적용 중이다.

이어 치유농업 활성화와 기능성 식·의약 신소재 개발로 연구 확대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농업에서 가장 주목 받는 것 중 하나가 건강 관련 분야다. 이에 발맞춰 치유농업 활성화를 위한 자원 발굴과 생애주기별 교육, 훈련 등 치유 콘텐츠 개발, 과학적인 효과 검증, 전문 인력 양성, 치유농장 육성을 강화하고 있다. 인삼, 약초, 버섯 같은 특용 작물과 원예작물의 건강기능성 소재를 개발하고 등록을 확대해 국산 기능성 소재 가공이용 기술의 산업화도 노력하고 있다.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컨설팅하기 위해 작물 분야별로 현장애로 사항을 수집하고 있으며 '찾아가는 사랑방' 등을 통해 현장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종자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품종 개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데, 대응책이 있나.

▲분야별로 다른데 우선 채소 분야는 딸기, 마늘, 양파 등 몇 작목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민간종묘업체 경쟁력이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과학원에서는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민간이 활용할 수 있는 중간모본, 마커 등 육종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과수 분야는 구매패턴이 현재 맛에서 편의성, 건강, 안전으로 다양화되고 있어 당도가 높은 것은 물론이고 편리성과 모양, 색깔이 다양한 품종을 개발해 국산품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화훼 분야는 경매사와 수출업체 등 현장 전문평가단과 함께 소비자 기호를 반영한 소비자·수출국 맞춤형 품종 육성에 주력 중이다. 인삼은 이상고온과 저온에 강한 품종 육성해 보급하고 있고 우리나라 인삼을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우리 인삼 산업을 지키고 있다.

―농업하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게 디지털농업이다. 과학원에는 어떤 전략들이 있나.

▲디지털 농업으로 전환을 위해서는 맞춤형 기술 개발과 연구자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먼저 노지 스마트팜은 양파, 마늘, 배추 등을 중심으로 재배 전 과정에 자동화, 기계화, 디지털화 등를 위한 요소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과수는 사과를 중심으로 양분과 수분관리, 수확량 예측, 기계 적화와 적과, 무인 자동예찰과 방제 연구 등 스마트 과원 조성을 위한 연구를 추진 중이다. 시설에서는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시설농업 플랫폼인 '아라'를 고도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실시간 작물의 생육과 생리 상태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원예특작 분야 농업 연구개발 전주기에 맞춰 데이터 관리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