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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세계경제 디플레이션 '경고등'

[fn광장] 세계경제 디플레이션 '경고등'
현재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면 부채 문제가 드러나고, 자산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세계 경제는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다.

각국 정부는 과감한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대봉쇄(Great Lockdown) 위기를 극복했다. 하지만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금융 불균형이 지나치게 심화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07년 146조달러였던 세계 부채가 2020년에는 306조달러로 2배 이상 늘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자산가격에도 거품이 발생했다. 특히 미국에서 자산가격 거품 정도는 심각하다. 2021년 말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33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20대 도시 집값도 2012년 3월에서 2022년 2월까지 119%나 급등했다.

저금리와 경기회복이 자산가격 상승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 측면에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다가 경기도 둔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주요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지난해 7월을 고점으로 올해 4월까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조만간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을 시사한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그 이후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공급곡선을 좌측으로 이동시키면서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고 물가상승률을 더 높이고 있다.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는 물가안정이다. 공급 측면에서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중앙은행 정책 수단에는 한계가 있다. 국제유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중앙은행이 원유를 생산할 수 없고, 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밀 농사를 지을 수도 없다.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금리를 인상하거나 통화공급을 줄여 소비와 투자 등 수요를 위축시켜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미국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0.50%p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했다. 6월부터는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양적긴축도 하기로 했다. 당분간 물가상승률이 각국 중앙은행이 목표로 내세운 2%보다 더 높은 수준일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금리를 더 올리고 통화공급을 줄일 전망이다. 금리인상은 시차를 두고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다.

자산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금리와 경기이다. 금리가 올라가고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자산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가와 집값 등 자산가격은 연착보다는 경착륙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현재 미국 주식시장에서 그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조만간 부채 문제도 함께 드러날 수 있다. 2023년 이후 세계 경제가 2020년 이상으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되면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면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물가상승률도 낮아질 것이다. 경기 침체와 낮은 물가 상승률로 금리도 다시 하락할 전망이다. 스태그플레이션 다음은 디플레이션일 수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