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약물 불법투여·시신유기로 의사 면허 취소…법원 "재기기회 줘야"

약물 불법투여·시신유기로 의사 면허 취소…법원 "재기기회 줘야"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10년 전 약물 불법투여로 지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면허가 취소된 의사에게 면허를 다시 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전직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면허 재교부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2년 "잠을 푹 잘 수 있게 해달라"는 지인 B씨에게 향정신성의약품과 전신마취제 등을 섞어 주사했다.

이후 B씨가 약물 부작용으로 사망하자 A씨는 B씨의 시신을 실은 차량을 공원에 두고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업무상 과실치사죄, 사체유기죄, 마약류관리법 위반죄 등으로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300만원을선고 받고 2013년 형이 확정됐다.

이를 근거로 보건복지부는 2014년 A씨의 면허를 취소했다.

이후 A씨는 면허 재교부 제한 기간 3년이 지난 2017년 "의사면허를 재교부 해달라"는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2021년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업무상과실치사죄·사체유기죄는 행정처분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뒤 3년이 경과해 면허 재교부 제한 기간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오랜 시간 자숙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의사면허가 다시 교부되면 의료인으로서 사회에 봉사하면서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다"며 "여러 제반 사정들을 종합해 볼 때 A씨는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된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또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위반 행위 없이 의료인의 과실로 환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 면허취소 사유로 삼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의 면허취소 사유가 마약류관리법 위반죄였는데도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점을 들어 A씨의 면허 재교부 신청을 거부한 것은 비례의 원칙에 위배돼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장기간 이 사건 처분으로 A씨가 입는 경제적, 정신적 불이익이 이를 통해 피고(보건복지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작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비록 중대한 과오를 범했지만 개전의 정이 뚜렷한 의료인에게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