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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무관심 속 '선심 공약' 남발… '묻지마 투표' 종용하는 선거 ['포스트 6.1' 지방선거 이대로 괜찮나 (上)]

묻지마 공약 재원, 유권자 몫으로
각당 공천 파열음에 무소속 난립
기초의회 정당 공천 폐지론 고개
무투표 당선 508명 4년새 5배 ↑
후보 검증·중대선거구 취지 무색

지도부 무관심 속 '선심 공약' 남발… '묻지마 투표' 종용하는 선거 ['포스트 6.1' 지방선거 이대로 괜찮나 (上)]

6·1 지방선거는 여야 후보들의 이전투구식 경쟁 과열에 일단 튀고 보자는 식의 선심성 공약 남발 등 등 적지 않은 후유증도 예고했다. 일부 공약은 기초단체나 광역단체 수준에서 재원 감당이 어려운 공약이 쏟아졌고, 결국 유권자의 몫으로 남게 됐다. 또 공천 투명성 논란에 여야 텃밭 영호남은 선거 내내 탈당한 후보들이 무소속 연대를 결성하며 난립이 이어졌다. 또 전체 무투표 당선자 숫자가 4년 전보다 5배 많은 508명을 기록하면서 유권자의 투표권 보호를 위한 장치 마련도 시급한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전국적인 '묻지마 공약' 경쟁…각당 지도부 무관심이 원인

5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선심성 공약 남발로 선거 뒤 공약 실현을 위한 재정 문제가 더 걱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선거에선 전국적으로 교통 확충방안으로 트램(노면전차) 도입 공약이 봇물 터지듯 발표됐다.

그러나 다른 지역 일부 후보들은 트램의 도로 점령 등으로 극심한 교통난이 우려되자 모노레일로 대체하겠다는 수정공약도 내놨다. 설익은 공약 남발로 실제 도입 시 비용과 효율성 대비 문제도 선거 뒤 풀어야 할 남은 과제로 떠올랐다. 이 같은 공약 홍수는 여야 지도부가 지방선거 전체 공약의 밑그림 그리기에 사실상 손을 놓은 게 원인으로 지적된다. 대표적인 예가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다. 실제 실현 가능성을 떠나 이번 선거 과정에서 내부 조율조차 되지 않은 채 발표되면서 서울과 경기, 인천은 물론 제주도까지 불길이 번지고 같은 당 후보끼리 찬반론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점에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에서 우후죽순 쏟아진 대기업·첨단기업 유치를 통한 지역발전 일자리 확충 공약들도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기업들도 자신들과 사전 상의도 없이 쏟아진 기업유치 공약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주요 광역단체마다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건설비용을 내면서 수백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비용도 유권자 몫으로 남고 있다.

■영호남 무소속 반란에 정당공천 폐지론 고개 무투표 당선 4년 만에 5배 논란도

각당 공천 파열음 후유증에 앞으로 기초단체장 기초의회 정당공천 폐지 요구가 다시 고개를 들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기초단체장·기초의원 후보 줄세우기와 공천 공정성 논란으로 전국이 무소속 연대 깃발 후보들의 난립으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

중앙선관위 당선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국 시군구 기초단체장 226석 가운데 무소속 당선자는 17명, 기초의회 2601명 가운데 무소속은 144명으로 주로 영호남 여야 텃밭인 전남북, 경남북 등에 주로 집중됐다. 이들 중 일부는 처음부터 무소속인 경우가 있지만 대다수는 주요 정당 공천에 반발, 무소속 깃발을 들고 당선된 경우였다.

무투표 당선이 역대 최대인 508명에 달한 것도 적지 않은 후유증과 제도 개선 요구를 예고 중이다.

이번에 무투표 당선자 508명은 4년 전 89명과 비교해 5배가 늘어는 수치다. 또 전체 당선자 4132명 가운데 12%가 무투표 당선 기록이다. 기초의회 비례 후보 상당수는 군소정당이 아닌 거대 양당(민주 281명, 국힘 226명)에서 나왔다.

군소정당들 대부분이 비례후보조차 내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주민 대표성의 문제이며, 시민의 알권리와 투표권을 침해한 제도상의 전형적인 폐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지방권력 양당제 폐해 극복을 위해 11개 국회의원 지역구에 시범 도입된 3~5인 중대선거구제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대양당이 의원 정수를 넘어서는 후보를 낸 결과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