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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코스피 지수가 2300선으로 후퇴했지만 지수 폭락보다 더 안 좋은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국내 증시 투자자들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증시 탈출이 본격화되며 투자자 예탁금과 거래대금이 올해 초와 비교해 20% 가까이 빠졌고, 미수금에 의한 반대매매도 급증하면서 '빚투'를 하며 물타기를 하던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진퇴양난에 빠지게 됐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 2조원 급감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이후 코스피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조292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11조2827억원이었던 일 평균 거래대금이 다섯 달 만에 2조원 가까이 빠진 것이다. 지난 4월(10조8666억원) 10조원대로 하락한 일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달(9조5558억원) 9조원대로 떨어졌고, 이달에는 9조원대까지 위협 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 달 말과 이달 초에는 거래대금이 7조원대까지 밀리면서 거래 절벽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장은 "글로벌 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유동성을 축소시켰고, 이 과정에서 증시의 예수금이 줄어들고 거래대금도 줄어드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 예탁금도 올해 초와 비교하면 20% 가까이 빠지면서 연중 최저점까지 내려왔다. 투자자들의 '증시 엑소더스(Exodus·탈출)'가 본격화된 것이다.
지난 16일까지 집계된 투자자 예탁금은 57조206억원으로 올해 초(71조7327억원)와 비교하면 20% 넘게 줄어든 상태다. 특히 지난 9일에는 56조9731억원까지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주 청약으로 시중 자금이 크게 줄었던 1월 19일(53조8056억원)과 20일(54조200억원)을 제외하면 올 들어 가장 적은 수치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달러 강세로 국내 증시를 떠났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받쳐줬는데, 증시 조정이 길어지면서 여력이 크게 줄었다"라며 "증시의 추가 하락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더 빠져나가면 거래대금, 거래량, 신용지표 등 증시의 활동성이 저하되고, 이는 증권사들의 이자 수익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수금 반대매매 300억원대로
주가 급락 여파에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이를 갚지 못해 강제 처분되는 반대매매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302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15일 반대매매 규모는 315억6000만원으로 작년 10월 7일(344억2000만원) 이후 8개월여 만에 가장 많았다. 하루 평균 반대매매 규모는 올해 168억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최근 2배 수준으로 급증한 것이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3거래일 연속 10%를 넘어섰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돈을 빌린 후 만기 안에 갚지 못할 경우, 고객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식을 강제로 일괄 매도하는 매매를 의미한다. 반대매매가 많아지면 주식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증시 자체의 하락 압력도 커진다. 반대매매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주가 급락 시 이른바 ‘패닉 셀링(공황 매도)’을 하면서 낙폭을 키울 수도 있다.
주가 하락과 반대매매 증가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17일 기준 개인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의 잔고는 20조3573억원이었다.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신용잔고는 개인이 신용거래를 통해 주식에 투자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으로 통상 주가 상승이 예상될 때 늘어난다.
투자 자체가 위축되면서 융자 잔고도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섣부른 신용 거래를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 융자 거래는 일종의 가수요로 무분별하게 활용되면 투자자 손실을 확대시킬 수 있어 과도한 사용은 경계해야 한다”며 “개인 투자자는 신용 거래에 대한 투자 위험을 정확히 인지하고 투자 위험에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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