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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알바 줄일 수밖에" vs "먹고 살려면 시급 더 올라야" [입장 들어봤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시간당 9620원
재료비·인건비 부담커진 골목상권
"혼자 일하거나 음식가격 올려야죠"
직원은 1만원 안되는 시급 아쉬움
한편에선 "일자리 줄어들라" 걱정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정해졌다. 여기에 주휴수당까지 고려할 경우 1만1544원으로 올라가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매년 논란과 파행이 반복되고 있지만 정작 식당 사장님, 편의점주, 아르바이트생의 목소리는 논의에 담기지 않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가 현장에서 일하는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생들의 이야기를 대신 들어봤다.

자영업자들이 시간당 9620원으로 인상된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겨우 버텼는데, 물가가 오르고 임금부담까지 늘리면 어떻게 장사를 하느냐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줄이거나 비용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소리도 나온다.

3일 찾은 서울 중구 한 중국집에서는 사장인 김모씨(68)가 홀로 서빙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일상회복으로 다시 손님이 늘었으나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여유가 없다고 했다. 상승한 재료비와 전기세가 이미 영업에 부담인데 인건비까지 감당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음식점, 카페, 편의점 업주들도 김씨와 상황이 비슷했다. 대부분 최저임금 인상에 난색을 보였다. 인건비를 아끼려 스스로 일하는 시간을 늘리다 보니 육체적 어려움이 크다고도 항변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강모씨(56)는 "아르바이트를 최대한 안 쓰려고 하다 보니 혼자 하루에 12시간씩 일한다"며 "예전엔 아르바이트생이 나보다 많은 수입을 가져갈 때도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씨(50대)는 "직원 1명과 아내가 번갈아 가면서 매장을 관리하고 있다"며 "임금 인상이 운영에 문제가 된다면 아르바이트 근무를 줄이고 그만큼 내가 나와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상승 부담이 커지자 가격을 올리겠다는 자영업자도 많았다. 종로구에서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40대 이은경씨는 "직원을 더 뽑을 수 없는 상황이고 (상승한) 최저임금만큼 내년 월급에 반영해줄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물가가 너무 올라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저렴한 시장에서 재료를 사고 있다. 인건비도 오를 것에 대비해 음식값 인상을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고 있다.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회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이 고사 상태였는데 최저임금을 더 올리면 어쩌란 말이냐"고 분노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최저임금이 소폭 인상됐지만 생계를 위해 더 올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이 안된다는 데 불만이 많았다. 임금은 더 받고 싶지만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점주들이 비용부담을 느껴 비대면 주문단말기(키오스크)를 도입하면서 일자리를 줄여나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3일 식당, 편의점 등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들은 임금이 더 올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 성동구 의류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한모씨(27)는 "건강 문제로 회사를 그만뒀지만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치솟는 물가를 생각하면 지금 오른 최저임금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용산구 음식점 직원 김모씨(45)도 "식당을 보면 코로나19 이후 다시 손님이 많아졌고 어디를 가나 가격이 인상됐다"면서 "물가가 올랐으니 우리가 받는 돈도 늘어나야 하는데 아직 시급이 1만원도 안되니 너무하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에서 과거와 달라진 기류도 있었다. 인건비가 올랐으니 업주들이 자리를 없애거나, 일이 더 늘어날 수도 있어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단순 인상률보다 근무여건 개선에 신경 써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영등포구 의류매장 직원 이현성씨(25)는 "시급(최저임금)이 오르면 직원을 줄이는 매장도 있고, 그러면 직원들 분위기도 안 좋고 갈등도 많아진다"면서 "(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차라리 직원을 더 뽑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용산구 개인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신모씨(27)는 "급여가 오르면 좋지만 사장님들도 고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어려워질 게 뻔하다"며 "근무여건을 개선하거나 고용을 늘리는 게 우리 입장에서도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을 걱정하며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을 힘들게 할 것"이라고 말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있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주원규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