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충격적 아베 피격 사망, 한일 관계 차질 없길

민주주의 유린하는 테러
양국관계에 악재 안돼야

[fn사설] 충격적 아베 피격 사망, 한일 관계 차질 없길
(나라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10일 오전 일본 나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 참의원 선거(10일)를 앞두고 아베 신조 전 총리(68)가 지난 8일 선거유세 중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백주 대낮에 그가 한 전직 자위대원이 쏜 총에 숨지자 일본 열도를 넘어 세계적으로 충격파가 번지고 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 오래인 일본에서 발생한 반문명적 테러라 놀랍기만 하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유린한 범죄행위를 개탄하면서 커다란 상실감을 느낄 일본 국민에게 위로를 보낸다.

고인은 일본 보수세력의 구심점이었다. 두 차례에 걸쳐 총 8년9개월 재임한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도 갖고 있다. 2차 재임 때는 과감한 경기부양을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로 인기를 끌었다. 퇴임 후에도 '막후의 총리'로 불릴 정도로 일본의 대내외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한다. 그러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정상들의 애도성명과 위로전문이 쏟아졌을 법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애도와 위로의 뜻을 담은 조전을 유가족에게 보냈다.

그의 재임기간 한일 관계가 순조롭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야스쿠니 신사를 수차 참배하는 등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행보로 한중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특히 한일 위안부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문재인 정부 때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반발, 대한국 수출규제를 주도한 악연도 갖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가 9일 "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애도를 표했지만, 20세기 초반 일제의 잔혹성을 겪은 한중의 반응은 좀 더 복합적이었다"고 논평한 배경이다.

무엇보다 이번 불상사가 한일 관계에 부정적 파장을 미치지 않도록 피차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낙연 전 총리가 아베 전 총리 사망을 애도한 메시지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당원게시판이 들끓고 있다니 얼마간 걱정스럽다. 혹시라도 이를 일본 정치권 내 혐한세력이 선거전이나 국수주의 행보의 불쏘시개로 활용할까 봐서다.

지금 한일 간에는 과거사 문제 말고도 현안이 쌓여 있다. 원자재·부품 등 공급망 위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에 대한 대응은 당장 양국이 손잡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양측 간 비자면제 복원이 그 첫단추다. 일본 참의원 선거 후 이 같은 관계개선 노력이 차질을 빚어선 곤란하다.
흔히 한일 관계는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에 비유된다. 불필요한 언행으로 갈등의 불씨만 키우면 양국 모두 손해다. 과거사 문제는 시간을 두고 미래지향적 해법을 추구하면서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경제·안보 협력 기반을 다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