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내 안전자산으로 꼽혀
외국인투자자 비중 10명에 1명꼴
美 기준금리 인상 기조 장기화 땐 환차익 줄어'자금 썰물' 우려도
국내 채권을 가지고 있는 10명 가운데 1명은 외국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국면에서 국내 상장주식을 대거 내던진 외국인투자자가 원화 표시 채권은 보유 비중을 높여온 결과다. 국내 채권이 신흥국 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데다 수익률이 높아 투자 수요가 커진 모양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원화채 잔액(12일 기준)은 230조547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213조9770억원)보다 16조5704억원(7.74%) 불어난 수치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 비중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2018년 말 6.6%에서 2019년 6.8%로 상승했고, 2020년(7.4%)엔 7%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말에는 9.6%로 대폭 상승한 뒤 지금은 9.9%로 10%를 눈앞에 두고 있다.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 40조원어치가 넘는 원화채를 매집했다. 1~3월과 5월엔 6조원대, 4월 4조원, 6월에는 10조5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달엔 절반이 지난 시점에 4조원어치를 사들였다.
상반기 유가증권시장(16조1768억원)과 코스닥시장(3조5971억원)에서 20조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운 행보와 대비된다. 채권시장에선 '바이코리아(Buy Korea)'가 이뤄진 셈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시기에 달러 이자율스왑(IRS)이 달러 AA급 크레딧 채권보다 금리가 높은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때 원화 크레딧물을 활용하면 투자 매력이 크게 높아진다"며 "금리가 고점 부근에 있거나 대전환을 맞이하기 직전 재정거래(시장 간 환·금리 차를 이용한 매매차익)가 대규모로 유입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채권이 국가신용등급 대비 금리가 매우 높은 점도 외국인 투자를 이끌었다. 유동성이 회수되며 주식 등 위험자산이 큰 폭의 조정을 거치는 가운데 미국(채권)보다 높은 금리를 가진 원화채는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된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같은 신용도(AA급) 보유국 대비 채권금리가 높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2일 기준 연 3.291%를 가리키고 있다. 영국 3년물 국채 금리는 연 1.6%대, 대만 2·5년물 금리는 0.8~1.0%대에 불과하다.
한국은행이 빅스텝(0.05%포인트 인상)을 밟은 만큼 원화채 금리는 더 뛸 전망이다. 이한구 금융투자협회 채권부 전문위원은 "한국이 그동안 금리가 많이 상승하며 채권 투자 수익률이 높아졌다. 원화 약세까지 겹쳐 원화채 투자 매력이 올라간 상황"이라며 "금리 차도 중요하지만 한국 입장에선 무역 적자 등 경제지표 관리를 잘 해야 외국인 자금 이탈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선 연준이 지속 넓은 보폭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신흥국 자산시장에 비우호적인 투자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환차익 이점이 사라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문 연구원은 "위기 발생시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 원화채 현·선물 매도와 함께 국고채의 안전자산 위상 논란이 등장할 수 있다"면서도 "외국인의 중장기 투자자 비중이 늘었고, 한국 거시건전성도 크게 개선돼 과거 대비 매도 압력은 낮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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