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사형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헌정사상 세 번째로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사형제도 헌법소원심판의 공개변론이 13년 만에 진행됐다.
헌재는 14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A씨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함께 청구한 형법 41조 1호 등에 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변론에는 청구인 측 대리인과 이해관계자 자격으로 법무부 측 대리인이 참가했다.
앞서 청구인 A씨는 존속살해 등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돼 형이 확정됨으로써 사형을 선고받지 않았다. 청구인 측 보조참가인인 정모씨는 2000년 7월 '삼척 신혼부부 엽총 살해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이날 변론에서는 사형을 선고받지 않은 A씨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헌법이 사형제를 명시하고 있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됐다.
청구인 측은 사형은 법정 최고형으로써 양형을 정할 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은 "법정 최고형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으로 변경된다면 청구인의 양형이 유기징역 등으로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법무부 측은 청구인은 무기징역형이 확정됐으므로 사형을 규정한 법안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헌법이 사형제도를 명시하고 있는지를 두고 양측은 헌법 110조 4항에 대한 해석에서 선명한 각을 세웠다. 헌법 110조 4항은 비상계엄 시 군사재판은 단심으로 진행하지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는 3심제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헌법에서 유일하게 '사형'을 언급한 조항이다.
법무부 측은 헌법이 해당 조항에서 직접 명시하고 있는 것이며 엄격하게 따져보더라도 간접적으로나마 사형제를 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구인 측은 해당 규정은 사형의 선고를 억제하려는 맥락이라고 반박했다. 청구인 측은 "해당 규정은 유신정권 대통령 시해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현역 군인에 대해 1심 선고 만으로 사형이 확정되는 상황이 벌어져 이를 방지하고자 1988년 개헌 때 개정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이 외에도 세계적인 추세, 국민의 법 감정 등 다양한 주제를 두고 양측의 변론을 경청했다.
한편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을 마지막으로 25년간 단 한 차례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도 폐지국으로 평가되고 있다.
법무부 측이 이날 밝힌 복역 중인 사형수는 총 59명이며 이들 모두 살인과 관련된 사형수다.
앞서 헌재는 1996년 살인죄의 법정형을 사형으로 규정한 형법 250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7(합헌)대2(위헌)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다. 이후 2010년 형법 41조 1호와 관련해 5(합헌)대4(위헌)의견으로 다시 한번 합헌을 결정한 바 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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