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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칼럼] 대통령 지지율의 양면

[손성진 칼럼] 대통령 지지율의 양면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 흔해 빠진 레퍼토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도 나왔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2%까지 폭락했다. "입덧하는 기간이라 생각하시라." 낮은 지지율에 속앓이를 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부인 김윤옥 여사는 이렇게 위로했다. 입덧은 고사하고 허니문도 지금은 없다. 지지율은 조작 가능한 것이긴 하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줬다. 75% 지지의 이면에는 '와이셔츠 바람의 테이크아웃 커피잔'과 '집무실의 일자리 상황판'이 있었다. 솜씨 좋은 포장에 국민은 속았다. 무심한 대중은 갈대처럼 나부낀다. 최고권력자는 '대중 사용법'을 안다. 10월 유신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은 90%를 넘었었다.

지도자가 높은 지지율에 도취할 때 국가는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 지나치게 집착하면 포퓰리즘의 함정에 빠진다.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한 데는 그런 이유도 있을 게다. 그러나 지지율을 무조건 무시해서도 안 된다. 국민의 지지로 대통령이 된 것 아닌가. 지지율은 국정의 에너지원이다. 우군 없는 독불장군이 홀로 전쟁에서 이길 순 없다. 지지율은 국정의 바로미터다. 떨어지는 건 틀림없이 잘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시생에게 동의하겠는가. 연연하지 않겠다면서 국민만 생각하겠다는 건 또 뭔가. 떠나려는 연인을 향한 구애처럼 보인다.

지지층의 인내도 한계에 도달했다. '서툴러도 잘하면 된다'고 했던 사람들이다. 냉정하고 노회하지 못하기에 '도어스테핑'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전 정권과의 비교는 절대 피해야 했다. 더 잘하라고 뽑아준 것이다. 직설은 곡언(曲言)보다 시원하지만 설화가 따른다. 잘하는 건 뭔가. 외교·대북정책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반대쪽도 있다. 경제난국을 돌파할 능력에 국민은 충분한 신뢰를 보내지 못한다. 인사실패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세상에 검사만 있는 게 아니다. 사적 채용은 직급의 고하를 따지지 않고 벌어졌다. 차고 넘치는 경제전문가 중에 하필 변양균인가. 당내 권력투쟁에도 대통령의 의중이 관여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윤핵관'들은 너무 설친다. 이들도 지지율을 까먹었다. 김건희 여사 문제는 먼저 집안에서 해결하는 도리밖에 없다. '치국평천하' 전에 '수신제가'다.

대통령은 국가의 얼굴이며 두뇌다. 비범한 통찰력과 냉철한 판단력,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 한 권으로는 어림도 없다. 조선의 왕을 우습게 보지만 방대한 독서를 하고 체계적인 학습을 받았다. 혹독한 교육을 견디지 못하고 주색(酒色)에 빠지면 세자 자리를 박탈당했다. 오만과 독선은 경계대상 1호다. 욱하는 태도는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성격이 머리보다 중요하다." 윌러 뉴웰이 '리더의 정신'에서 꼽은 대통령의 조건 열 가지 중 첫째다. 최고 학력보다 훌륭한 인격이 먼저라는 말이다.

부족한 능력은 용인술로 보완된다. 6년 동안 산림녹화에 매달린 손수익, 사직서를 품고 다니며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이범석은 박정희와 전두환이 쓴 사람들이다. 전남, 북한 출신이다. 전임자들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못난 정치의 소산이니 어쩌겠나'라고 말하지 말자. 국가의 운명이 걸린 문제다. 검사처럼 대통령에게는 찾아볼 법전이 없다. 기댈 언덕은 오직 자기성찰이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