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서초포럼] 현 정부 정책추진 너무 거칠다

[서초포럼] 현 정부 정책추진 너무 거칠다
나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이 필요하며 시행령으로도 가능한 정책이라고 본다. 과거 경찰은 권력층의 의도를 가장 충실히 따르던 국가기관임을 부인할 수 없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치안비서관을 매개로 대통령이 직접 경찰을 좌지우지해 온 역사도 사실이다. 현 정부의 민정수석실 폐지 후 대통령의 경찰 지휘·통제권 행사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 내에 경찰 관련 업무조직을 만드는 건 당연하다. 검수완박 법률 등을 통해 더욱 막강해진 경찰의 권한을 통제할 필요성 또한 커졌다.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행안부의 외청인 경찰 관련 직제 신설은 정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경찰의 반발과 집단행동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이를 전제로 하면서도 현 정부의 정책 추진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경찰국 신설은 명분은 물론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이다. 그럼에도 충분한 국민 설득 과정 없이 추진함으로써 오히려 역풍을 맞고 말았다. 민정수석실 폐지와 경찰국 신설의 필요성, 권력과의 유착관계 단절로 경찰의 위상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 대다수 일선 경찰관에게 새로운 기회 부여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점 등 설득 포인트는 얼마든지 있다.

나의 의견과 다르긴 해도 행안부 경찰국 신설은 정부조직법 개정 등 입법사항이라고 보는 견해도 일리가 있다. 공청회 등을 통해 반대 여론을 수렴하는 통로로 만들 수 있었던 40일의 입법예고 기간을 정부는 4일로 줄여버렸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정권의 독주 인상을 강화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경찰들의 집단행동에는 비판적이지만 이를 쿠데타로 정의하는 대신 경찰의 의견을 듣는 기회로 삼았다면 어땠을까. 14만 경찰의 대다수를 우군으로 삼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2025년부터 시행하겠다는 교육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당장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는 반발이 나온다. 시한을 정하고 지금부터 의견수렴에 나서겠다는 건 본말이 바뀐 것이다. 취학연령 인하는 YS부터 역대 정권을 거치며 운만 띄우고 추진하지 못한 정책이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결론을 내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론적 당위성만으로는 사립유치원 등 당장 밥그릇에 영향을 받는 많은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치대국 약팽소선 (治大國 若烹小鮮)'은 정치권 인사들이 잘 아는 말이다. 큰 나라를 운영하는 것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듯 조심스레 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은 작은 생선을 마구 뒤집듯 정교하지 못하다. 나라의 정책을 거칠게 다루어 실패한 사례를 찾기 위해 고사를 인용하거나 멀리 갈 것도 없다. 시장과 여론을 무시한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부동산 정책 등이 생생한 교과서 아니겠는가. 현 정부는 전 정부를 비난하는 데서 정당성을 찾는 대신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마땅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휴가 구상에는 대통령실, 여당 정비와 함께 정책 추진의 메커니즘 재구축도 들어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국민과)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경구는 국정운영에서도 옳은 말이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