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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뇌수술 후 병원에 입원한 70대 환자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간병인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7월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한 70대 B씨의 간병인으로 B씨를 수차례 폭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A씨가 자신의 가족이 면회를 왔음에도 먹을 것을 사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환자용 고정 장갑을 이용해 B씨 손을 침대에 고정시킨 후 환자복 안쪽으로 손을 넣어 팔과 다리를 꼬집고 비트는 등의 폭행을 했고, 다음날에는 병실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주먹로 피해자의 턱 밑 등을 수차례 때렸다고 주장했다.
당시 B씨와 같은 병실을 사용했던 환자의 딸은 "누가 나 좀 살려주세요"라는 말을 듣고 상황을 핸드폰 동영상으로 녹화했는데, 법정에서 증거로 제출된 이 동영상에는 여성의 흐느끼는 소리가 계속 들리다가 "사람 좀 살리도, 사람 좀 살려주소, 사람 좀 살리주소"라고 외치는 소리가 담겼다.
1심은 A씨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고령에다 뇌수술을 거듭받은 B씨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아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 선고했다. B씨는 2019년 1월 뇌출혈로 쓰러져 대학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고, 퇴원한 뒤 요양병원에서 5개월 가량 입원해 지내다가 넘어져 다시 머리를 다쳐 사건 병원에 입원했다. A씨는 A씨가 입원한 약 20일간 B씨를 간병인으로 돌봤는데, B씨는 입원 직후 지주막하출혈로 뇌 수술을 다시 받아야했다. 그런데 B씨는 수술 이후 수술 드레싱 부위를 제거하거나 주사 삽입부위를 제거하는 등의 행동을 자주했다. 이에 의사 처방에 따라 보호자 동의를 받아 취침 시간이 되면 피해자 팔에 고정용 장갑을 착용시켰다.
A씨는 법정에서 "B씨가 이 병원 수술 이후 행동이 과격해지고 욕설을 하며, 자신이 현재 어디 있는지도 모를 때도 있다"며 섬망증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섬망은 뇌수술 등을 받은 고령의 노인에게서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뇌의 전반적인 기능장애가 발생하는 증후군으로 주의력 저하, 의식수준 및 인지기능 저하가 특징이다.
2심은 "B씨는 이 사건 당시 뇌 수술 등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섬망증상이 있었고, A씨가 팔목에 고정용 장갑을 착용시키는 과정에서 신체의 움직임이 제한되자 섬망증상 등으로 인해 폭행한 것으로 과장하거나 오인 내지 착각해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폭행 경위나 내용 등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핸드폰 동영상에 대해서도 "당시 이 사건 병실에 A씨와 B씨 외에도 4명이 더 있었고 조용한 밤 시간에 피해자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림에도 2분 이상 폭행을 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기각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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