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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슬픔? 분노?… 나도 내 기분을 잘 모르겠다면 [Weekend 문화]

책 대 책
마음의 법칙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51가지 사례 들어 해결책 제시
감정 어휘
‘좋은것 같다’ ‘나쁜것 같다’ 아닌 적확한 감정표현 어휘찾기 도와

기쁨? 슬픔? 분노?… 나도 내 기분을 잘 모르겠다면 [Weekend 문화]
마음의 법칙 폴커 키츠·마누엘 투쉬 / 포레스트북스
현대인은 숱한 마음의 병에 시달린다. 불면증, 불안 장애, 조울증, 번아웃 증후군, ADHD 등.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것일까?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심리학은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이나 다름없다. 어쩌면 그 어떤 질문보다도 깊이 파헤쳐야 할 질문이다. 그러나 긴 시간 학문으로서의 심리학은 친근한 듯 꽤 멀게 느껴지는 학문으로 존재해왔다. 독일 심리학 전문가 듀오라 불리는 폴커 키츠와 마누엘 투쉬풀이 풀어쓴 '마음의 법칙'은 다소 막연했던 심리학이 사실 매우 실용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과연 마음에 법칙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복잡하고 난해한 현실 세계를 살다 보면 종종 어디까지 상상인지, 어디부터 현실인지 구분되지 않을 때가 있다. 거친 파도의 최고점과 최저점을 오가듯 이만한 불행이라면 생의 끄트머리를 향하는 듯하다가 갑작스럽게 큰 기쁨을 만나기도 한다. 마치 종이 한 장 정도의 차이처럼. 상황을 대하는 개인의 상황과 상태, 그리고 태도에 따라 특정 시기는 악몽처럼, 혹은 길몽처럼 느껴진다.

'마음의 법칙' 저자는 미래도 과거도 아닌 바로 지금, 살면서 마주칠 수 있는 실질적인 문제와 이를 해결할 방안을 찾는다. 인간관계가 어려울 때 '상호성의 원리'를 이용한다. 면접을 볼 때는 첫머리 효과의 '최신 효과'를 사용한다.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다고 느낄 때 표면적으로 '느낀다'는 말에 치중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에게 품은 생각이나 자기 판단에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공감이 어려운 이유는 사실 타인의 말을 잘 들었을 때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은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심리학적 진실을 바탕으로 잘못된 인간의 관점을 찾아내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누구나 크고 작은 문제로 품고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또한 심리학을 통해 해결 방안을 찾아 나간다.

아무리 사실관계를 분석하고 판단해보아도 결국 깨어나면 모든 것이 사라져 있고, 현실에서 날고뛰고 애써보아도 아무 장비 없이 인간이 하늘을 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분명한 사실들처럼 우리가 겪는 거의 모든 상황은 심리학을 통해 설명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벌어진 상황이나 평소와 다른 본인의 상태를 학문적으로는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복잡미묘한 하루하루를 통해 겪게 된 다양한 감정을 온전히 어휘로 표현해내기란 쉽지 않다. 종종 외롭다는 감정을 지루함으로 착각하기도 하고, 본인이 판단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을 두루뭉술하게 말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자란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우는 사람은 바보'라든지, '화를 내면 성숙하지 못한 것'이라는 등의 말을 들으며 성장한 경우가 많다. 감정을 억누르고 이성을 앞세우는 말들이다. 하지만 이를 의심해볼 여지도 없이 어느새 어른이 된 사람들은 절로 드는 감정을 숨기로, 표현을 자제하며 회사생활을, 사회생활을, 인간관계를 맺어간다.

기쁨? 슬픔? 분노?… 나도 내 기분을 잘 모르겠다면 [Weekend 문화]
감정 어휘 유선경 / 앤의서재

'감정 어휘'는 나와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며 살 수 있도록 날것의 감정을 구분하게 돕는다. 그리고 그 감정을 표현하는 데 최적화된 어휘가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그 순간, 바로 그때 느끼는 감정을 온전히 어휘로 표현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대충 얼버무린 '좋은 것 같다', '나쁜 느낌이다'가 아니라 적확한 단어를 통해 상황과 감정을 표현해낼 때의 통쾌함과 즐거움을. 그리고 그와 같은 타인의 표현을 만났을 때의 후련함을.

유희경 시인은 시집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에서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의 끝. 거기다. 당신이다"라고 말했다. 은유적이지만 적확한 표현이다. 상대를 향한 애틋하고 절절한 마음을 마치 내가 사랑에 빠진 듯 몸소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감정을 무시하거나 잃지 않고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을 통해 내뱉은 짧은 말과 단어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은 올곧게 자라난다. 감정이 제때 제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단단해진다. 땅에 발붙인 채 겪는 일들을 무사히 받아들이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한미리 밀리의 서재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