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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새 의료시스템 구축 시급

[강남시선] 새 의료시스템 구축 시급
의료계의 불문율이 있다. 3월에 대학병원 방문은 가급적 피하라는 것이다. 3월에는 인턴과 간호사들이 새로 들어오기 때문에 아수라장이다. 혈관 바늘도 여러 차례 꽂는 일이 다반사다. 마찬가지로 휴가시즌과 주말, 야간도 마찬가지다. 응급실에 간다고 해서 바로 수술이나 처치를 받을 수 없었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문제는 국내 최고 병원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수술을 집도할 뇌혈관외과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간호사는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해서 수술했으나 결국 안타깝게 사망했다. 예견된 인재다.

이 병원에는 뇌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2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해외 휴가와 일요일이라 지방에 체류 중이라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진료가 가능한 신경외과 교수는 총 17명이었다. 하지만 뇌를 열어 수술할 의사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뇌졸중학회는 입장문을 내고 24시간 365일 작동하는 뇌졸중 치료체계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전국에서 뇌졸중 집중치료실을 갖춘 병원은 42.5%에 불과하고 전국 응급의료센터 중 30% 이상이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24시간, 365일 작동하는 뇌졸중 치료체계의 구축 △만성적인 저수가 및 인력부족 문제 해결 등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중증질환을 치료하고 싶어하는 의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신경외과에서도 어렵고 힘든 뇌수술을 하는 것보다 개원가에서도 반겨줄 척추나 경추수술을 하고 싶어하는 의사들이 많다.

뇌수술만 하다 대학병원에서 나오게 되면 막막한 현실에 부딪힐 뿐이다.

의사들은 대학에서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 남자의 경우 공중보건의 37개월 등 최소 10년에서 14년이 지나야 비로소 의사 타이틀을 달게 된다. 30대 중반이다.

성적 높은 의사들은 수술하는 외과가 아닌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에 이어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을 지원한다.

그렇다면 월급을 올려주면 필수 진료과를 지원할 의사가 늘어날까. 이도 정답은 아니다. 지금도 월급은 지방 의사들이 더 높다. 종합병원 전문의의 연봉을 비교해보면 지방은 1억5000~2억7000만원이지만 서울은 1억3000만원 선이다. 조금 올려줘봐야 의사들은 서울을 떠나지 않고 편한 진료과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취해 사회적 의무감에 따라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의사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병원은 365일 돌아가지만 내 삶도 중요해졌다.


MZ세대인 의사들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小確幸)'을 추구한다. 이제 의료시스템을 개인의 희생에 기댈 수 없게 됐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중기생경부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