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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美 전기차 공장 가동 속도붙나… 노조 설득이 변수 [美 '인플레 감축법' 영향은]

북미 최종 생산 전기차만 보조금
현지 생산라인 확보 ‘발등의 불’
조지아주 공장 2025년 돼야 가동
노조 반발에 "시장 선점 놓칠라"

현대차, 美 전기차 공장 가동 속도붙나… 노조 설득이 변수 [美 '인플레 감축법' 영향은]
미국 상원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을 통과시키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내년부터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만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전기차를 전혀 생산하지 않고 있어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당초 계획보다 현지생산 계획을 앞당겨야 할 판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해외 생산라인 증설에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美서 생산된 전기차만 보조금 혜택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 문턱을 넘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은 오는 12일 전후로 하원에서 표결이 이뤄진다.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이 법안은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해 친환경에너지와 전기차 보조금 등에 3690억달러(약 479조원)를 투자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반도체에 이어 전기차와 배터리 부문도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발효되면 당장 내년부터 북미에서 최종 생산된 전기차에만 7500달러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보조금을 모두 받으려면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우선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재료는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되고 가공돼야 한다. 비율은 순차적으로 내년에는 40% 이상, 2027년에는 80%, 2029년에는 100%를 충족시켜야 한다. 또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도 내년부터 북미에서 생산 및 조립 비중이 50%를 넘어야 한다. 이는 중국 등 우려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원재료를 사용한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의미다.

하원 의결 과정에서 법안이 일부 수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완성차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점유율 2위를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다.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가 큰 인기를 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내년부턴 아이오닉5나 EV6의 경우 보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돼 전기차 판매에 타격이 예상된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한 대도 생산하지 않고 한국 공장에서 전량 수출해 판매하는 구조다.

■2025년 전용공장 가동…노조 관건

현대차는 앨라배마 몽고메리공장에 전동화 생산라인을 구축해 올해 연말부터 제네시스 GV70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다만 조지아주에 건설할 예정인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공장은 2025년이 돼야 가동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기존 내연기관차 공장에 전동화 생산라인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위해선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현대차 단체협약에는 '해외공장으로의 차종이관 및 국내 생산 중인 동일 차종의 해외공장 생산계획 확정 시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심의·의결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기아 역시 단협에 비슷한 조항을 두고 있다.

아직 올해 임단협을 진행 중인 기아 노조는 무분별한 해외투자를 철회하고, 국내공장 투자를 확대하라며 10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현지 생산물량 확대 등 신속한 의사결정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