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성 커지며 증권사들도 손실...리크스 커 일부 업체는 업무중단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FX마진거래에 대한 경고음이 켜졌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개인투자자들이 유사해외통화선물(FX마진거래)에 대한 투자 규모를 키우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커진 환율 변동성에 전문성을 지닌 증권사, 선물사조차도 수익을 내지 못한 상황인데 개인들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증권’과 달리 투자원금을 넘어서는 손실을 볼 수 있는 만큼 개인들이 섣부른 ‘환테크’에 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환율 방향 잘못잡으면 '10배 손실'...개인 거래규모 분기별 증가세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FX마진거래 거래대금은 분기별로 놓고 봤을 때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1·4분기 때 1월(35억5508만달러), 2월(39억576만달러), 3월(48억8593만달러) 매달 증가세를 보였고 2·4분기에도 4월(37억8817만달러), 5월(39억6281만달러), 6월(45억1205만달러)로 같은 흐름을 나타냈다.
거래량 역시 1·4분기(1~3월) 3만550계약, 3만3584계약, 4만3047계약으로 늘었고 2·4분기(4~6월) 3만4556계약, 3만5989계약, 4만1919계약으로 뛰었다.
올해 개인 FX마진거래 거래대금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유사해외통화선물은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 제4장’에 따라 이뤄지는 FX마진(외환차익)거래를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선물협회 규정에 따라 이뤄지는 장외 외국환거래 △일본 상품거래소법에 따라 이뤄지는 장외 외국환거래 및 이와 유사한 거래 등이 해당한다.
국제외환시장에서 직접 2개 통화를 동시에 매수·매도해 환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가령 가치가 오르는 달러를 매수하면서 가치가 떨어지는 엔화는 매도하는, 양쪽 모두에 베팅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개인은 외국 통화를 사고파는 선물 시장에서 소액의 증거금을 맡기고 최대 50배(미국은 400배) 명목금액을 거래할 수 있다. 문제는 환율이 자신이 지정한 방향과 5%만 반대로 변동해도 50%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외환시장이 급변할 경우 일반 ‘증권’과 달리 손실이 위탁증거금 수준을 초과해 강제 청산당할 우려도 있다.
손실계좌가 56%... 이익 낸 계좌보다 12%p 많아
실제 손실은 가시화되고 있다. 신한·하나·브이아이금융투자, 한국투자·키움증권 등 유사해외통화선물 계좌비율을 공시하는 5개 증권사의 지난 2·4분기 평균 손실계좌비율은 56.1%로 집계됐다. 이 시점 평균 이익계좌비율(43.9%)을 12.2%p 웃도는 수치다. 전분기인 지난해 1·4분기(53.6%) 대비로도 평균 손실계좌비율이 늘었다.
2·4분기 각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하나증권(39%→81%), 신한금융투자(65%→70%), 키움증권(60%→65%)이 같은 기간 증가했다. 삼성선물 역시 52%에서 57%로 증가했다. 브이아이금융투자(42%→10%)와 한국투자증권(62%→54.6%) 2곳만 손실계좌비율이 줄었다.
이처럼 수익이 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가 손대는 일은 지양된다. KB증권은 사업성을 고려해 2020년 8월 이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앞서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한 몇몇 증권사들은 일찍이 이 업무를 접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FX마진거래에서 수익을 내려면 각국 통화별 상대적 가치 변동 폭과 환율 변동 폭을 한번에 예측하는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개인들이 능히 하기는 어려운 방식”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커질수록 방향성을 맞출 가능성은 떨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외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2·4분기 1200원대에서 횡보하며 변동성을 키웠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8.63에서 104.69까지 뛰었다.
"1300만원 증거금 없어도 됩니다" 불법 사설업체도 판쳐
'FX마진거래'를 검색하면 수많은 카카오톡 오픈팅방이 나온다 / 사진=카카오톡 화면 갈무리
사설업체마저 음성적으로 번지고 있다.
FX마진거래를 하려면 개시증거금으로 1만달러(약 1300만원)를 예치해야 한다. 이 틈을 금융위원회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은 사설업체가 파고드는 것이다. 개인투자자에게 ‘소액 증거금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며 접근하는 방식으로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카카오톡 채팅방 등 SNS를 통해 유인한다. 하지만 대개 금전을 취한 뒤 잠적한다.
이에 2020년 6월 금융감독원은 사설 FX마지거래 광고가 성행하고 있다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하기도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환율 방향성을 맞추면 대금이 정산되는 5분 이하 초단기, 1회 10만원 미만 소액 거래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6월에는 1년 넘게 불법 FX마진거래 사이트를 운영해 회원 1만1000여명으로부터 1975억원을 받아 수수료 약 118억원을 편취한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금융당국에선 아직 제대로 된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불법 사설업체를 잡는 일 뿐 아니라 제도권 FX마진거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증거금을 올리는 등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조치를 취하는 정도다. FX마진거래 예탁자산은 예금자보호법에 의한 보호대상이 아니며, 수탁회사에 대해서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돼있어 소비자보호 제도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자료=금융감독원 제공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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