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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대란·미중갈등서 살아남은 소부장기업, 증시서 날아오른다

원자재대란·미중갈등서 살아남은 소부장기업, 증시서 날아오른다
한국거래소 여의도 사옥에 있는 황소상. 한국거래소 제공

[파이낸셜뉴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이 중소형주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원자재 대란과 미중 무역갈등 국면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기업들이 증시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산업용 특수밸브 업체인 조광ILI는 전 거래일 대비 280원(+16.97%) 급등한 1930원에 거래를 마무리지었다. 이날 오전 상한가에 가까운 상승세를 보이다가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15%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밸브·피팅 제조기업 사이에서 도미노 상승 현상인 '순환매'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용 피팅 제조기업인 태광은 이달 들어 12거래일 중 8거래일이 상승세를 보이며 26.43% 급등했다. 특히 지난 10일 하루 만에 18.05% 오르기도 했다.

태광과 함께 글로벌 피팅 시장에서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성광벤드도 지난 10일 13.36% 급등했고 이달에 30.04% 상승하기도 했다. 태광은 지난 16일에, 성광벤드는 지난 11일에 52주 신고가를 갈아 치웠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2년 셰일가스가 본격 개발되고 저유가 시대가 열리면서 밸브·피팅업계가 구조조정돼 일부 기업만 남게 됐고, 최근 수주가 늘어나면서 실적 측면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수요 회복,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편 중인 에너지 밸류체인으로 피팅산업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라며 "피팅산업의 수퍼사이클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배관용 강관과 전선관을 만드는 휴스틸은 지난 주 가장 크게 오른 종목에 올랐다. 특히 2·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을 보이며 지난 12일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 정부가 대(對) 중국 관세 철폐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수혜주로 꼽히며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만 달러가 넘었던 동 가격이 최근 급락했는데, 전력선 외의 전선은 동 가격이 하락하면 제품가격이 동반 하락한다"며 "제품 가격은 동 가격보다 한 달 후행하기 때문에 8월에 재고에 따른 이익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 바 있다.

소부장 기업들의 강세는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도체 열처리 장비 제조사인 HPSP의 이날 종가는 5만5700원으로 공모가(2만5000원) 대비 2배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2차전지 재활용 전문 업체인 성일하이텍 역시 공모가(5만원)보다 85.2% 상승한 9만2600원까지 올랐다.
루닛(32.5%), 에이프릴바이오(29.37%) 역시 공모가를 크게 상회했다. 에이프릴바이오와 루닛은 상장 전 흥행에 실패하면서 희망 밴드 하단보다 낮은 수준에서 공모가가 결정됐지만 상장 이후 바이오주 상승세에 힘입어 반대의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시장 상황이 불확실한 가운데 기관이나 투자자들도 IPO 옥석 가리기에 나서고 있다"면서 "성장성이 좋고 실적이 나오는 종목 위주로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