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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액의 4.6% 그쳐 선방" "지나치게 개입한 정부 책임" [뚜껑 열린 론스타 판정]

‘10년 론스타 분쟁’ 엇갈리는 평가
정부, 배상판결 이의제기 예고
한동훈 "피같은 세금 유출 안돼"
이의신청한다해도 인용 미지수

"청구액의 4.6% 그쳐 선방" "지나치게 개입한 정부 책임" [뚜껑 열린 론스타 판정]
10년을 끌었던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분쟁 판정 결과가 나왔지만 해석은 엇갈린다. 중재판정부가 우리 정부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며 배상액이 론스타 요구금액의 4.6%(2억1650만달러)에 그쳤다는 점에서 정부는 사실상 승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중재판정부에서 금융위원회가 승인을 지연하는 등 정부기관이 지나치게 금융활동에 개입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은 사실상 우리 정부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배상판결에 대해 이의신청을 밟겠다는 입장이나, 신청요건이 까다로워 인용될지는 미지수다.

■"피 같은 세금, 한 푼도 유출 안돼"

정부는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사건에서 중재판정부의 2억1650만달러 배상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이의제기를 예고했다. 법무부는 8월 31일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사건 중재판정부 판단에 대해 "우리 정부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중재판정부 다수 의견의 판단을 수용하기 어려우며 유감을 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재판정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 우리 금융당국의 승인지연 행위다. 론스타와 하나은행 간 외환은행 매각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우리 정부가 승인을 지연한 행위는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대우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할 당시 정부는 승인심사 과정에서 국제법규와 조약에 따라 차별 없이 공정하게 대응했다는 입장"이라며 "론스타 청구금액보다 감액됐으나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피 같은 세금이 단 한푼도 유출돼서는 안된다는 각오"라며 "판정부 내 소수의견도 우리 정부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절차 내에서 끝까지 다퉈볼 만하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판정 취소소송 등 후속조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ISDS 사건에서 중재 당사자는 판정부 결정에 대해 중재판정 후 120일 이내에 ICSID 사무총장에게 판정취소와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3명의 심판을 두는 별도의 특별위원회가 구성되는데, 결론이 나올 때까지 집행은 잠정 중지된다. 최종 결정까지의 기간은 일반적으로 약 1년으로, 이 기간 이자는 발생한다.

정부 전망은 일단 긍정적이다. 중재판정부 재판관 3명 중 1명이 우리측 의견을 그대로 수용했는데, 이 소수 의견은 400쪽가량의 판정문 중 40쪽에 걸쳐 개진될 정도로 강한 반대의사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한창완 법무부 국제분쟁대응과장은 "판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이 정도로) 갈렸다는 것이 취소신청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판정문을 좀 더 분석해 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취소신청을 검토할 만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글로벌 스탠더드 맞춰야"

ICSID의 판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은 엇갈렸지만, 우리측 패소 부분인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대우 의무 위반과 관련에 대해서는 입을 모아 '관치금융' 문제를 지적했다.


관치금융이란 금융위원회 등 행정기관에 의해 금융활동이 불투명하게 처리됐다는 의미로, 론스타가 하나금융을 상대로 매각을 진행할 당시 금융위가 개입한 비율이 다른 나라 행정기관에 비해 많다는 해석이다.

해외투자 심리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세계적 기준에 맞는 행정기관의 금융 규제 및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명안 화우 미국변호사는 "각 FTA(자유무역협정)별 관련조항의 기준을 보다 심도 있게 살피면 향후 유사한 이의제기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