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등 상급지 가격 안낮춰
서울 일부 지역서 신고가 여전
자전·특수거래일 가능성 있어
최근 부동산 시장에 급매물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서울 일부 고가 아파트의 경우 여전히 신고가를 찍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급매물을 안내하는 홍보물이 나붙어 있다. 연합뉴스
#. 강남 똘똘한 한채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래미안리더스원만 바라보고 있던 A씨는 한숨이 나온다. 올초 74㎡가 26억원 수준에 매물로 나왔지만 그동안 호가가 29억원으로 3억이나 뛰어서다. 당시 26억원짜리 물량이 많이 나와 있었지만 올해 9월까지 실제 실거래가는 하나도 찍히지 않았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무성하지만 현장에선 가격을 크게 낮춘 매물 찾기가 쉽지 않았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일부 급매물을 제외하면 집주인이 크게 가격을 내리는 경우가 드물어 실수요자들이 집값 하락을 체감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급매물이 쏟아져나왔다는 소식이 많이 들리는데다 아파트 가격 하락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이 나오고 있지만, 현장과 간극이 커 보인다. 또 급매물을 잡더라도 계약을 눈앞에 두고 집주인이 돌연 매물을 거둬들이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매수심리를 알아보려는 이른바 '낚시성 매물'이 많다는 게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12일) 기준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80.2로 전주(80.9)보다 0.7p 더 하락했다.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11월 셋째주(15일)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온 뒤 이달 둘째주까지 44주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선으로 잡고 '0'에 가까우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고 '200'에 가까우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비중이 더 많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실수요자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것은 실수요자들이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물건들은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어서다. 실제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신고가가 여전히 찍히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성수 동양' 전용 84㎡는 지난 5일 25억원에 거래돼 1년 전 같은 면적 매매가 19억7000만원에서 5억3000만원 급등했다. 재건축을 위한 철거가 진행 중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1단지' 전용 140㎡도 이달 3일 71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동일 면적 기준으로 지난 6월 66억원에서 3개월 만에 5억5000만원 올랐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 89㎡도 지난 8일 36억5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12월 35억2500만원에 거래된 후 9개월 만에 가격이 더 오른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초고가 단지들은 입지에 따라 예외적으로 매도자 우위 현상이 있을 수 있지만 자전거래나 특수거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부동산 시장이 조정돼도 상급지 아파트의 경우 가격 조정에 나서지 않는다"라며 "강남 일부 초고가 아파트들은 거주나 장기 투자 관점에서 볼 때 희소성이 있는 물건들이다.
소유주들 역시 금리나 대출 문제에 민감하지 않아 굳이 가격을 낮춰서 팔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하향세로 고가 거래에 섣불리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김 소장은 "신고했다가 취소하는 경우 자전거래를 의심해 볼 수 있다"며 "신고가는 특수 계약 관계인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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