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동물권행동 카라
[파이낸셜뉴스] 길고양이 밥그릇에 수개월간 살해 협박 편지를 남긴 혐의를 받는 남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캣맘을 협박해 유죄가 나온 사례는 처음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부장판사 정철민)은 지난 22일 오전 10시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29)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캣맘을 협박한 죄로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년간 캣맘을 협박해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처벌받은 사례는 1차례밖에 없었다. 이마저도 위험한 물건인 골프채를 휴대하고 협박을 했기 때문에 '특수협박'으로 벌금형이 선고됐다.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마포구 한강공원에 있는 길고양이 밥그릇에 메모를 남기는 방식으로 캣맘을 16회에 걸쳐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길고양이가 '유해동물' 이라는 허위 사실을 주장하며, 피해자에게 고양이 돌보는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살해하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했다. 길고양이를 인질로 삼은 협박도 일삼았다.
평소 피해자의 동선과 길고양이 돌보는 장소를 파악했던 피고인은 "칼부림 나면 나는 정상 참작되어 징역 2년이 다 이지만 뉴스에는 캣맘 피살이 나올텐데?" 라며 협박 이후 살해 결과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길고양이 밥그릇에 수개월간 살해 협박 편지를 남긴 혐의를 받는 남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 남성이 캣맘을 협박하기 위해 남긴 메모. 사진제공=동물권행동 카라
길고양이 밥그릇에 수개월간 살해 협박 편지를 남긴 혐의를 받는 남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 남성이 캣맘을 협박하기 위해 남긴 메모. 사진제공=동물권행동 카라
정 부장판사는 "길고양이 먹이주는 행위를 그만두지 않으면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내용과 횟수를 볼 때 죄질이 나쁘다"라며 "다만 초범이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으며, 불안장애로 정신치료를 받고 있는 점, 피고인의 아버지가 길고양이 울음소리로 고통을 호소한 점을 고려한다"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같은 판결과 관련 동물권행동 카라는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카라는 피해자의 고통과 두려움에 대한 내용이 판결문에 언급되지 않은 점을 들며 "피해자가 살해 협박을 당한 장소는 피고인의 거주지와는 거리가 떨어진 한강공원 구석진 곳으로 고양이 울음소리 문제를 양형의 유리한 정상으로 인정한 것 또한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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