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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배자 권도형' 운명 가를 증권성···가상자산업계 '태풍의 눈’으로

증권으로 결정나면 자본시장법 적용 기준 불분명, 향후 법적다툼 이어질 듯


'수배자 권도형' 운명 가를 증권성···가상자산업계 '태풍의 눈’으로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설치된 전광판으로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테라·루나 대폭락 사태에서 가상자산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증권성’ 판단이다. 엄격한 법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가상자산 관련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 운영이나 처벌 지침이 불분명하다. 만약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결정 나는 사례가 늘어나게 되면 관련 업체들은 제도권으로 들어와 보다 강도 높은 감시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해당 금융상품이 증권임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핵심은 ‘이것’
'수배자 권도형' 운명 가를 증권성···가상자산업계 '태풍의 눈’으로
국산 가상자산 루나 폭락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7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업비트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차량으로 옮기는 모습. /연합뉴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은 크게 5가지로 나뉘다. 지분증권, 채무증권, 수익증권, 파생결합증권, 투자계약증권 등이다. 지분증권은 주식, 채무증권은 채권, 수익증권은 펀드라고 생각하면 쉽다. 파생결합증권은 기초자산인 금리, 원자재, 환율 등 가격에 연동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DLS를 뜻한다.

테라·루나는 ‘투자계약증권’으로 구분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단(단장 단성한)은 최근 서울남부지법에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 권도형 대표 등 관계자 6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테라·루나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돼서다.

투자계약증권은 특정 인물이나 집단이 이익을 기대하고 공동사업에 금전을 투자해 거기서 발생하는 손익을 분배받는 형식의 증권을 의미한다. 루나를 사들인 투자자들도 권 대표 등이 내놓은 공동사업 투자자로서 손익 분배에 참여했다는 게 검찰 판단으로 알려졌다.

즉 증권은 소유권이 아닌 투자함으로써 얻는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는 권리다. 이때 사업은 ‘공동으로’ 해야 하고, 손익은 ‘다른 사람의 행위의 결과’로 발생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은 금융투자상품 중 투자자가 취득과 동시에 지급한 금전 등 외에 어떤 명목으로든지 추가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투자자 보호가 자본시장법상 증권 규제의 본질적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이 아닌 경우를 함께 생각해보면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소유권을 직접 분할하거나, 해당 상품을 사용·수익·처분 가능할 때다. 가령 아파트 등기나 공증 등 소유권에 대한 공적 증명력이 있는 대상이거나, 콘도 회원권 등 직접 사용이 목적인 상품이 이에 해당한다.

또 실물자산 소유권을 분할한 지분에 투자해 그 권리를 직접 보유하는 경우도 증권이 아니다. 사업자 경영 성패와 무관하게 재산권 등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뮤직카우 건 되짚기
'수배자 권도형' 운명 가를 증권성···가상자산업계 '태풍의 눈’으로
서울 마포구 뮤직카우 본사 모습. /뉴시스
앞서 지난 4월 ‘뮤직카우’ 사건 때 증권성이 주목받았다. 핵심은 뮤직카우 플랫폼에서 중개되는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증권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금융위는 결국 ‘투자계약증권’으로 결론을 냈고, 청구권은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 됐다.

조각투자의 다수 개인이 공동으로 저작권을 구매해 타인이 운영한 사업에 따라 발생된 이익을 나눠얻는 투자방식이 증권과 유사하다는 게 근거였다.

이에 따라 다른 조각투자 플랫폼들도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금융위가 “증권성을 폭 넓게 해석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미술품, 와인, 슈퍼카, 소를 취급하는 업체들 역시 자본시장법상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뭐가 달라지나

증권으로 결정이 나면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증권신고서 제출 △무인가 영업행위 금지 △무허가 시장개설 금지 △부정거래 금지 등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당장은 가상자산을 법 테두리 안에 두고 처벌할 수 있는 이렇다 할 규정이 없다. 금융감독원이 가상자산 거래소나 업체들에 대해 적극 감독·검사에 나설 수 없는 이유다. 때문에 검찰이나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를 제도권으로 가지고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다. 규제 사각지대를 사전적으로 줄여 시세조종, 횡령 등 자본시장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다.

반면 가상자산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반발도 하고 있다. 가상화폐는 발행자가 특정되지 않고 이들이 가격 변동에 관여하지도 않는다는 주장이다. ‘탈중앙’이 기본 개념이 상품이기 때문에 증권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 아래 놓이게 되면 당국과 법이 요구하는 기준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비용이 그만큼 드는데다, 금융당국 감시의 강도도 심화된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가 확실하게 규정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를 상대로 미등록 증권 거래 행위를 했다며 지난 2020년 12월부터 2년 가까이 법적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