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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천연가스의 겨울이 오고있다

[특별기고] 천연가스의 겨울이 오고있다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이 패닉에 빠지고 있다. 지난 8월 25일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TTF)은 MMBtu당 90달러를 돌파했고, 동북아 LNG 현물가격(JKM)은 70달러를 넘었다. 작년 1월 대비 각각 12배, 9배 이상 증가했다. 이번 에너지 위기는 1970년대 경험한 두 번의 중동발 '오일쇼크'보다 훨씬 더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전력생산의 30%를 천연가스가 담당하고 있고, 가정용 지역난방과 취사의 대부분 또한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작년 천연가스 수입액은 총에너지수입액의 20%인 254억달러였고, 올해는 상반기 수입액만 204억달러다. 문제는 하반기,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하는 동절기이다. 80%에 이르는 장기계약 물량과 선제적으로 현물을 구매하고 있어 동절기 천연가스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가격 상승으로 상반기에만 147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의 전력수요는 전년보다 4%나 증가했다. 지난 10년의 평균 증가율이 1.6%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증가하는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이러한 증가분의 전력수요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천연가스 발전으로 공급된다. 이달 LNG 발전의 연료비 단가는 작년 1월보다 3.5배나 오른 킬로와트시(kwh)당 249원이다. 한전의 판매단가는 kwh당 114원에 불과하니 14조원의 상반기 영업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동일한 상황은 가스공사에서도 나타난다. 비싸게 구입한 천연가스 비용을 소비자 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니 연료비 미수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가스공사의 상반기 미수금은 5조원에 이른다. 전기·가스 등 에너지 가격 규제가 계속되는 한 한전과 가스공사는 불어나는 적자로 인해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이다.

올겨울 우리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경제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겨울이 오기 전에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인상, 천연가스 수요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저렴한 원자력발전을 최대한 이용함은 물론 한시적으로라도 석탄발전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와 상한제를 완화해 LNG 수요를 대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치로 동절기 LNG 수요를 300만t만 줄이게 된다면 천연가스 수입액은 대략 10조원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올겨울 유럽은 가스 소비를 15% 줄이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는 10% 줄여보자. 난방온도 낮추기, 야간광고 줄이기, 개문난방 자제하기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자. 지금은 에너지 소비를 하나라도 줄이는 것이 1997년 경제위기 때의 금모으기 운동보다 훨씬 더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박종배 한국전력 비상임이사 건국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