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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을 기대하며

[서초포럼]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을 기대하며
코로나19 위기 발생으로 연장되어온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의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9월 말 종료한다는 계획에 따라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도입되었다. 유예조치는 고금리, 고물가 등 경제환경 악화를 고려해 다시 연장됐지만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금리인하, 원금감면 등 기존 대출조건을 변경해 부실이 우려되는 자영업자의 상환부담을 완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채무조정은 2002년부터 신용회복위원회가 금융회사와 협약을 맺어 상시적으로 담당하고 있으며, 경기침체 등으로 대규모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기금을 조성해 부실채권을 매입해 진행되었다.

그동안 진행된 채무조정은 대부분 신용회복위원회나 기금 등 외부제도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대규모 채무조정제도 도입 시마다 적정성에 대한 의견은 있어 왔다.

일각에서는 채무조정이 상환능력 없는 채무자를 조기에 정상적 경제활동으로 복귀시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채무자에 대해 고의로 채무를 상환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훼손하고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초래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채무불이행은 채무자의 상환 의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상황변화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질병 또는 실업에 의한 경제활동 중단, 거래업체의 부도에 따른 수익 급감,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시간 단축 등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채무조정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연체하기 전에 채무자에게 금융회사와 상담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권고한다. 금융회사 대출담당자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고객정보 및 상황변화를 고려해 채무조정 등 상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제공한다.

반면 우리나라 금융회사 담당자는 고객의 채무를 조정할 충분한 권한과 역량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 다중채무를 보유한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해 자체 채무조정을 지원하기가 어렵다.

이제 우리나라 금융회사도 긍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더 적극적으로 채무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 다행히 채무조정에 대한 인식은 반복된 금융·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긍정적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 여건변화에 따라 자신을 포함한 주변의 누구에게서나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금융회사는 고객의 상환능력 및 상황변화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으므로 조기에 자체 채무조정에 나서야 한다. 채무조정이 빠를수록 채무자의 자립을 촉진하고, 채권자에게는 부실규모가 줄고 정상화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로써 서로 윈윈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이를 바탕으로 신용회복위원회는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만으로는 신용회복이 어려운 다중채무자 등의 채무조정에 집중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채무조정 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

며칠 전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의 만기연장, 상환유예 조치가 향후 3년까지 연장되었다. 차주의 상환능력을 파악해 연장하거나 채무조정을 통해 금융권의 부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하니 금융회사의 보다 적극적인 자체 채무조정을 기대한다.

■약력 △62세 △고려대 경제학 학사 △고려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외이사 △예금보험공사 사외이사 △장기소액연체자지원재단 이사(현)

이재연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서민금융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