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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서민과 약자 울리는 보이스피싱과의 전쟁

범정부 피해 방지대책 내놔
3만건 발생, 7744억원 피해

[fn사설] 서민과 약자 울리는 보이스피싱과의 전쟁
김호삼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보이스피싱 대응 성과 및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가 29일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대포폰 개통을 제한하고, 계좌번호만으로 입금할 수 있는 한도를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축소하겠다고 한다. 전화번호 변조·발신 변작 중계기 통신 사용을 차단하는 방안 등도 포함됐다.

물론 보이스피싱 대책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그동안 관련 기관들이 숱하게 회의를 열어 대책을 발표하고 단속을 벌였지만, 이를 비웃듯이 보이스피싱 범죄는 계속 늘고 있다. 2017년 한 해 피해액이 2470억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3만900여건에 피해액은 7744억원으로 증가했다. 차곡차곡 모은 수천만원을 한순간에 빼앗긴 할머니부터 41억원을 날린 의사까지 피해계층도 넓다.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수법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교묘해지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고통을 모른다. 하루아침에 돈을 날리고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도 있다.

피해자와 피해액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은 대응력과 단속력이 범죄를 못 따라간다는 말이다. 실제로 신고를 해도 돈을 되찾기가 어렵다. 수사역량이 떨어지고 수사인원도 부족하다 보니 피해자들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이번 대책도 윤석열 대통령이 "보이스피싱 등 서민과 약자를 울리는 범죄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다는 각오로 임해달라"라고 당부한 지 사흘 만에 나온 것이다. 급조한 대책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빠른 시간에 몇 가지라도 내놓을 수 있는데 정부가 그동안 뭘 했는지 알 수 없다.

순찰차를 타고 우범지역을 돌아다닌다고 경찰이 할 일을 다하는 게 아니다. 강도와 절도 같은 범죄가 줄어드는 대신 보이스피싱이 늘고 있다면 수사력 배정의 우선순위를 바꾸어야 한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칼만 안 들었지 강도, 도둑과 다를 것이 있겠는가. 올해 1만6000여명을 붙잡았다지만 대부분 하수인, 심부름꾼일 것이다. 실제 총책들은 감시망이 닿지 않는 외국이나 국내의 깊숙한 은신처에 숨어서 범행을 지휘한다. 그러니 신고를 해도 우두머리는 잡기가 어렵다. 돈을 회수하기는 더욱 쉽지 않다.

짧은 시간에 뚝딱 만들어낸 대책으로는 보이스피싱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 먼저 범죄에 걸려들지 않도록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농어촌의 고령층 주민을 대상으로 범죄 회피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경찰은 물론이고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또 중국 등 외국 정부와 공조수사를 통해 범죄 총책부터 검거, 조직 일망타진식 수사를 해야 한다. 검찰과 경찰 조직에도 전담 수사부서를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

금융·통신 당국도 범죄를 막는 데 힘을 보태기 바란다.
의심스러운 문자메시지는 자동 차단하거나 경고표시를 하는 방법 등도 고려해 봄 직하다.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보이스피싱 범죄를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다.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를 찾아내고 이체를 중단·지연시키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