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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전기차 해법 찾겠다는 해리스 부통령, 헛말은 안돼

[fn사설] 전기차 해법 찾겠다는 해리스 부통령, 헛말은 안돼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파이낸셜뉴스] 카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전기차 차별'에 대한 우리 측 걱정에 공감을 표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본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골자로 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한미 경제 동맹은 지금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어서 한국산 전기차는 시장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IRA는 갑작스러운 법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우리 정부의 늦은 대응은 두고두고 비판거리다. 유럽과 일본의 전기차역시 여파가 있긴 하지만 우리처럼 치명적이진 않다. 선제적인 물밑 대응이 피해를 줄인 것이다. 우리 정부가 늦었지만 백방으로 뛰는 것은 당연하다. 이 노력이 분명한 성과와 결실로 맺어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 입장에서 IRA는 정당성도 부족하고 명백히 신의를 저버린 법이다. '우대 조치를 똑같이 부여해야 한다(최혜국 대우 조항)'는 한미 FTA 규정과도 어긋난다. 윤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한미 FTA 정신을 바탕으로 만족할 만한 합의 도출을 기대한다"라고 한 것은 마땅한 권리라고 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방한 때 했던 약속들을 뒤집은 법이라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국내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 선물로 바이든 정부를 지원 사격해 줬다. 미국인 일자리 창출에 한국 기업들은 상당한 공로가 있다. 바이든 방한 마지막을 장식한 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었다. 기자 회견을 열어 105억 달러(약 15조 원) 규모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바로 옆의 바이든은 "현대차를 실망시키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IRA의 가장 큰 피해자가 현대차다.

들끓는 여론에 미국의 달라진 모습이 감지된다. 외신도 심상찮은 국내 분위기를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한국이 노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라는 월스트리트 평가도 나왔다. 조지아주 출신의 라파엘 워녹 연방 상원 의원은 28일(현지시간) 일부 기업에 대해선 2026년까지 보조금을 계속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까지 발의했다. 현대차 등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준비하는 업체는 구제해 주자는 것이 취지다. 바이든 행정부가 IRA 세부 이행 규정을 만들 때 이런 내용을 반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대차 조지아주 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유예기간을 두면 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을 만난 해리스 부통령이 "차별을 해소할 방안을 찾아보겠다"라고 한 말은 구두선으로 끝나선 결코 안될 것이다.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어 당장 가시적인 방법을 내놓진 못하더라도 미국 측은 향후 조치를 우리 정부와 긴밀히 상의해야 한다. IRA로 한미 동맹이 균열이 생겨선 안될 일이다. 미국의 긍정적인 해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