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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전기료 인상'...다른 나라는 얼마 올렸나?

말 많은 '전기료 인상'...다른 나라는 얼마 올렸나?
해외 주요국 전기요금 인상률 /그래픽=정기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한국전력이 1일부터 주택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7.4원 인상키로 하면서 해외 주요 국가들의 전력 요금 인상폭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해외 주요 국가들은 적게는 21.5%에서 많게는 106.9%까지 요금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 국내는 상대적으로 인상폭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107% 인상...평균 인상률 58%

1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해외 주요 국가는 지난해 초 대비 올해 상반기 전력 소매 요금을 일제히 올렸다.

이 기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전력 소매 요금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106.9%를 기록한 이탈리아다. 영국 89%, 스페인 45%, 프랑스 25.6%, 미국 21.5% 순이며 증가율 평균은 57.6%에 달한다. 특히 요금 인상에 보수적이던 프랑스의 인상폭이 눈에 띈다. 프랑스는 에너지난이 본격화되던 지난해 2월 1.9%, 같은 해 8월 1.1% 올렸지만 올해 2월 24.3%를 인상했다.

프랑스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요금을 올렸다. 지난해 1월 전기요금을 100으로 환산하면 영국의 경우 12월 이미 118.8, 이탈리아 131.6, 스페인 151.7을 기록했다. 프랑스는 103이었다.

이처럼 이들이 요금을 올리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요금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유럽(네덜란드 TTF) 액화천연가스(LNG) 현물 가격은 MMBtu(열량 단위)당 81달러 선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9달러 선보다 9배 오른 수치다. 두바이유도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준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배럴당 81달러선으로 26일 76달러선까지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했다.

한전 적자해소 역부족 '언발에 오줌누기'

에너지 요금이 올랐지만 에너지 공급 업체의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파산한 해외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영국 내 7위인 에너지 공급업체 벌브(Bulb)의 파산을 비롯, 올해 4월 기준 파산한 기업이 영국 내 30개, 일본 내 14개, 독일 내 39개사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도 뒤늦게 전기 요금 인상에 동참했다. 당장 이달부터 주택용, 산업용을 비롯한 전기요금이 kWh당 적게는 7.4원에서 많게는 16.6원 인상된다. 하지만 업계는 대부분 “역부족이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전에 따르면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전력 요금 인상률은 46.1%에 불과하다. 스페인이 1년 6개월 사이 45% 정도의 요금을 인상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도 늘어나는 한전 적자와 이에 대한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요금 인상은 사실상 ‘언 발에 오줌누기’ 수준”이라며 “(요금을 이런 식으로 올려) 적자가 나오면 나중에는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 온다”라고 했다. 박 교수는 “당장은 국민들이 전기 요금을 내지 않아 안정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그 세금으로 에너지 효율 개선, 신산업 육성 등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이라서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