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내은행에서 발생한 8조원대의 이상 외환거래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 가운데 가상자산 구매목적의 불법 외환거래가 지난해 최소 1조원대에 달해 그 연관성이 주목된다. 수년 전부터 불어닥친 코인 열풍에 편승한,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가상자산 구매목적의 환치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업권법 제정을 비롯해 가상자산 관련 제도 정비를 통한 불법적 외환거래 방지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가상자산 관련 외환거래법 위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 구매자금 허위증빙 송금·은행을 통하지 않은 지급 등 법을 위반해 적발된 건수는 2459건으로, 위반 금액만 1조153억원에 달했다.
가상자산 구매자금임에도 그 목적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허위증빙한 경우가 1764건으로 위반 금액은 8887억원, 은행을 통하지 않고 자금을 지급한 게 694건으로 1265억원이었다. 올해 8월까지 집계한 결과, 위반 건수가 총 1883건으로, 7376억원이 법 위반으로 적발되면서 적발 규모나 금액 면에서 작년과 비슷하거나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점은 지난 2018년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열풍이 불었을 때 가상자산 구매목적의 외화송금 관련 법 위반이 많았다는 점이다. 2019년에는 법 위반 건수가 전체 6건에 불과했지만 김치 프리미엄으로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시작됐던 2018년에는 법 위반 건수가 무려 1285건, 금액만 해도 372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년 후인 2020년 위반 건수가 130건(78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서도 매우 높은 수치다. 이 같은 추세를 볼 때 최근 논란이 된 8조원대 이상 외환거래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해외에서의 가상자산이 더 싼 시기에 가상자산 구매목적 외환거래법 위반이 많았다는 점에서다. 해외에서 가상자산을 사서 전자지갑에 담아와 국내에서 원화로 환산할 경우, 가격이 더 높은 점을 이용해 차익을 노린 가상자산 환치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허위증빙이나 은행을 통하지 않은 지급 모두 해외에서 가상자산을 사기 위해 외국으로 돈을 보내려고 하면서 법 위반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최근 금융당국이 조사중인 이상 외환거래와의 연관성 여부는 수사를 해서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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