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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톡] 외국기업 투자 확대 의지 없는 중국

[차이나 톡] 외국기업 투자 확대 의지 없는 중국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 3기 출범 이틀 만에 외국 기업 투자촉진 패키지를 내놨다. 주식·펀드·부동산·제조업·판매업·서비스업 등에서 '차이나 런'이 속출하자 꺼내 든 처방이다. 내용만 놓고 보면 화려해 보인다.

그러나 기시감이 먼저 든다. 수년 전부터 외투대책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를 다시 제시했다는 것은 아직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중국이 외투 확대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6개 부처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제조업 중심 외자촉진대책은 외투를 확대해 중국 경제를 성장·발전시키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15개 항을 제시했다. 네거티브 리스트 시행, 동등한 지원 등으로 설명돼 있다. 한마디로 외국 기업이 투자해서 돈을 벌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드 보복에 이어 코로나19 봉쇄를 겪고 있는 한국 기업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상당수 외투 유인책이 '재탕' '삼탕'의 백화점식 나열에 불과하다. 네거티브 리스트는 2018년 6월 개정한 '외상투자특별관리조치'로 시행했다. 중국은 여기에 '심층적' '구체화' 등의 수식어만 붙였다. 중국 기업과 동등한 기준 적용도 매번 강조돼 왔다. 당장 2017년 1월 발표한 '대외개방과 외자유치 확대 통지'에도 들어 있다. 2019~2020년 중국의 외국인투자 기본법인 '외상투자법'과 관련 조례에선 외투기업을 차별 대우해선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투자수익 재투자, 연구개발센터 설립 우대, 주식·회사채권 등 증권 공개발행(증시상장 지원) 등도 이전 법이나 대책에 있다. 물류의 원활한 흐름 보장, 상품 수출입과 인력 출입국 지원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 상공회의소 면담에서 수차례 약속했다. 오히려 외자기업이 불만을 토로해온 지식재산권 보호, 강제기술이전 금지 등 공정거래와 관련되거나 제로코로나 완화, 반독점법, 외국 기업 블랙리스트 제도, 사이버보안법, 데이터보안법, 개인정보보호법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종과득과(種瓜得瓜)'다. 정책약속 불이행과 신뢰도 하락, 제로코로나의 불확실성, 견제세력 없는 시 주석 집권 3기에 대한 우려, 부동산·빅테크 규제, 미·중 갈등 등이 '차이나 런'의 주된 이유인데도 엉뚱한 곳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그러면서 "개방의지를 알리는 신호"라고 자평한다.
이미 1년 사이 외국인은 42조8000억원 규모의 중국주식을 팔아치웠고, 외투 연기·취소·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이마저도 '중국특색'이라는 단어로 외투 확대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일까. 외투가 없어도, 14억의 거대한 인구를 활용한 내수 확대로 미국을 뛰어넘는 경제대국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중국 정부가 외투 확대에 뜻이 없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