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 바이든 정부에 첫 IRA 공식 항의
바이든 정부의 차별적인 보조금 정책에 "무역 규칙 위반"
지난 9월 14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이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베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전기차를 구경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과거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무역전쟁을 벌였던 유럽연합(EU)이 조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공식적으로 항의하고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EU는 바이든 정부가 국제 무역 질서를 일방적으로 깨뜨렸다고 비난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7일(현지시간) 보도에서 EU가 미 바이든 정부에 전달할 예정인 공식 의견서를 미리 입수했다고 전했다. EU는 해당 문서에서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전환 정책을 이해하지만 “IRA에 명기된 금융 혜택에 대해서는 걱정된다”고 밝혔다.
취임 전부터 미국 산업 부흥을 외치며 미국산 제품 소비 촉진을 외쳤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IRA를 밀어붙였고 지난 8월에 의회를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는 전기차 및 친환경 산업에 관련된 미 기업들과 미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가장 논란이 된 부문은 전기차였다. 바이든 정부는 IRA에 따라 올해부터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1040만원)의 보조금을 주겠지만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만 해당한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에서 만든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을 일정부분 사용한 자동차를 사야 한다. 한국과 일본, EU 등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강국들은 이를 두고 잇따라 반발했다.
EU는 이미 트럼프 정부 당시에도 항공기 제작사에 대한 보조금 갈등, IT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징수 등을 놓고 미국과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 전쟁을 벌였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달리 동맹국을 살피겠다고 주장했지만 적어도 무역과 경제 분야에서는 트럼프의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EU는 이번 문서에서 IRA가 "교역국 모두에 경제적 피해를 입히고, 시장을 왜곡할 뿐 아니라 글로벌 보조금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법안은 상호보복 조치로 이어지는 국제적 긴장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EU는 IRA에 포함된 9가지 세제 지원 조건에 차별적 성격이 있다면서 해당 사항들이 국제 무역 규칙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EU에 속하는 기업에게 자국 기업들과 동등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며 무역장벽을 우려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무역 집행위원은 CN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해당 문제를 논의할 태스크포스를 만들었으며 현재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 조율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미국 쪽에서 EU의 걱정에 대해 대처할 의지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응고지 오콘조 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7일 발표에서 해당 문제를 언급하고 “일부 국가들이 자국 전기차 생산과 관련해 차별적인 보조금을 지급할 수도 있다”며 이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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