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

"집 나간다할까봐 겁나" "보증금 못받을까 불안"

갈수록 커지는 역전세난에 집주인도, 세입자도 '패닉'

[파이낸셜뉴스] #1.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연장을 하겠다던 세입자가 돌연 퇴거하겠다고 하는데 다음 세입자가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보증금을 구하기가 막막해 잠도 안 온다.” (서울 마포구 임대인 B씨)
#2. “내년 3월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상황에서 집주인이 전세금을 낮춰 받지 않으면 현시세에 맞게 보증금을 돌려줄 자금이 없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전세계약서는 동일하게 작성하고 매달 차액을 별도로 준다는데 리스크가 너무 큰 거 같지만 그렇다고 당장 보증금을 못 받을거 같아 고민이다.” (서울 강동구 세입자 A씨)

"집 나간다할까봐 겁나" "보증금 못받을까 불안"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역전세난’에 집주인들도 세입자들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금리인상 여파로 집값은 물론 전셋값까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전세 매물만 쌓이는 '역전세난'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집주인들은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당장 수억원의 현금 마련에 고심이 깊어지고,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제때 받지 못할까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올들어 전세보증금 사고 3배 급증

2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건수는 704건으로 전년 동월(243건)에 비해 약 3배 가까이 급증하며 매달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연간으로 보면 올해 11월과 12월을 제외하더라도 벌써 3754건이 발생해 지난해 총 2799건, 2020년 2408건을 넘어섰다. 그나마 보증보험을 들어둔 세입자들은 역전세난으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보증금을 받을 길이 있지만,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세입자들의 경우 보증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베이비스텝’으로 금리 인상폭을 낮추며 속도조절에 나섰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당분간 역전세난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중개중개사는 "대출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린 것도 아니고 조금 더 올린 걸로 시장이 당장 움직일리 만무하다“면서 ”여기에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져 집주인이나 세입자 모두 월세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군으로 버티던 강남도 전세 쌓여

특히 여름, 겨울 방학을 앞두고 우수한 학군을 이유로 전세 등 실거주 수요가 끊이지 않았던 강남까지도 전세 매물이 쌓이면서 ‘역전세난’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는 “이맘때면 그래도 전세가 꾸준하게 나가곤 했는데 전세는 매물이 거의 없고 그나마 반전세는 간간이 나오고 월세는 전세에 비해 거래가 좀 되는 편”이라고 전했다. 찾는 사람이 없다보니 전셋값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세 지수는 전국(-0.59%), 수도권(-0.81%) 서울(-0.73%)을 기록하며 모든 지역이 하락 행진을 이어갔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