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끌려가고 핵산검사장에 인파 몰리면서 사고도
임시 봉쇄 24시간 원칙 등 中 지방정부 ‘시민 달래기’
엄격한 인터넷 통제, 총기·전투 차량 동영상도 등장
2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고강도 코로나19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와 우루무치시 화재 사건 희생자들을 위한 집회가 함께 진행되면서 시위자들이 거리를 따라 행진하고 있다. 지난 24일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우루무치시 고층 아파트에 발생한 화재 사건으로 촉발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시위가 점차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 추도식에서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검열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백지 시위'를 펼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늦은 오후 중국 장쑤성 난징 소재 중국전매대에서도 정부의 고강도 방역 정책에 반발하는 대규모 집회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뉴스1
중국에서 벌어진 코로나19 방역 항의 시위와 단속 현장. 흰색 옷을 입은 방역요원인 따바이가 한 시민에게 발길질을 하고 있다(왼쪽사진). 시위자들이 핵산검사소를 쓰러뜨리고 있다(가운데). 경찰이 영국 BBC 기자로 추정되는 외국인을 체포하고 있다(오른쪽). 사진=트위터 캡처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에서 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중국에서 이례적인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지자, 각 지방 정부는 엄격한 봉쇄는 지양한다거나 단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잇따라 발표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핵산검사소에 총기 모양의 물건을 들고 있는 방역요원이 등장했고, 전쟁 현장에서 쓰이는 전투차량이 시민들에게 목격됐다. 인터넷은 철저히 통제 중이며 서방 기자는 현장 취재 중 체포되기도 했다.
중국 광둥성 포산시에서 지난 24일 오전 주민 9000여명이 핵산 검사를 받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 나오면서 넘어져 다치는 현장. 사진=대만자유시보 캡처
■외신 끌려가고 인파 몰리면서 사고도
28일 트위터와 로이터, 니혼게이자이신문,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 등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있는 수도 베이징에서 전날에 이어 27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에도 다수의 시민들이 중국 정부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일본 등 각국 대사관이 밀집한 지역의 도로에 몰려나와 ‘PCR 검사는 필요 없다’, ‘일을 하고 싶다’, ‘자유가 필요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차량 운전자는 경적을 울리며 시위에 동참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영국 BBC 기자는 27일 상하이 시위 현장을 취재하다가 중국 경찰에 끌려간 뒤 몇 시간 만에 석방됐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 기자로 추정되는 외국인이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영상도 올라왔다.
베이징과 난징 등 주요 도시 대학생들은 검열이나 체포를 피하기 위해 백지종이를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이른바 '백지 혁명'이다. 백지는 시위 관련 게시물을 중국 정부가 인터넷에서 삭제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현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후베이성 우한, 간쑤성 란저우, 청두, 광저우 등의 시위 영상도 트위터 등에 올라오고 있다.
외신은 일부 시위 현장에서 코로나19 봉쇄 항의가 “중국 공산당은 물러나라, 시진핑은 물러나라,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를 해방하라” 등의 구호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신장위구르의 독립, 자유 등의 단어는 금기다. 시 주석이나 공산당에 대한 비판도 할 수 없다.
광둥성 포산시에선 지난 24일 오전 9000여명의 인파가 짧은 시간에 핵산 검사를 받기 위해 몰리면서 여러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자유시보는 “3세 어린이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부상을 입었다”면서 “관련 영상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한국은 이태원 압사사고, 중국은 핵산으로 압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이 검사소가 있는 주민들은 건강 코드 시스템 오류로 모두 레드코드가 되는 바람에 밤새 공포에 떨었다면서 외출금지를 피하기 위해 검사소가 문을 닫는 낮 12시 이전까지 서두르다가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다.
중국 코로나19 봉쇄 항의 시위 / 사진=트위터 캡처
■中 지방정부 ‘시민 달래기’
시위가 일파만파 확산되자, 각 지방 정부는 임시봉쇄 24시간 원칙, 질서 있는 회복 등을 잇따라 발표하며 시민 달래기에 나섰다. 베이징시 방역당국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엄격한 격리와 봉쇄는 엄격히 금지돼 있으며 소방통로, 아파트 동 단위 문, 집합주택의 문을 걸어 잠그는 것도 금지한다”고 밝혔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는 28일부터 철도, 민항, 도시 대중교통을 단계적으로 질서 있게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봉쇄가 가장 길어지고 있는 광저우 하이주구는 방역 완화를 담은 국무원의 20개 조치를 계속 이행하고 있다면서 주민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 5일 연속 핵산검사 결과 음성, 3일 연속 건물에 신규 확지 없음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3일 동안 집중 건강 모니터링을 받은 후 목적지로 이동하는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란저우 보건당국은 지난 21일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3세 아동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숨진 것과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관련 직원이 전염병을 정밀하게 통제하지 않았고 너무 기계적이었으며 엄격했다고 사과했다. 신장 쿠얼리시와 스허쯔시도 정상적인 생산과 질서 회복을 위한 관련 조치를 통보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중국 핵산검사소에서 총기 모양의 물건을 든 방역요원(왼쪽)과 이동 중인 전투차량. / 트위터 캡처
■엄격한 인터넷 통제, 총기·전투 차량도 목격
하지만 핵산검사 현장과 인터넷에선 오히려 단속을 강화하거나 통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선 시위와 관련한 주요 검색어는 없는 상태다. 또 시민들이 올리는 영상과 사진도 곧바로 삭제되고 있다.
반면 트위터에선 한 핵산 검사장에서 흰색 방역복을 입은 따바이(방역요원)의 손에 총기 모양의 물건이 들린 영상이 공개됐다. 또 전쟁에서 쓰는 전투 차량이 화물차량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도 시민들에게 포착됐다. 주민의 주거지 현관문을 철사 등을 이용해 봉쇄하는 영상도 여러 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
중국에서 봉쇄된 현관문을 촬영한 모습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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