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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계획' 정보 귀띔한 제약사 대표, 2심서 무죄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계획' 정보 귀띔한 제약사 대표, 2심서 무죄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을 계획 중이란 정보를 주변 지인들에게 흘려 수억원의 투자이익을 얻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약사 대표가 1심 유죄 판결을 뒤집고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8부(배형원·이의영·배상원 부장판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제약사 대표 A씨 등 5명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2월 20~21일 회사가 개발 중인 신약 물질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국내 임상시험 계획을 할 계획이라고 지인들에게 귀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가 알려준 정보는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였고, A씨 회사는 실제로 같은 달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계획 승인신청서를 제출했고, 이 정보를 공시했다.

이 정보를 듣고 26일까지 주식을 사들였던 지인들은 이튿날인 27일 회사 주가가 30% 가량 뛰면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투자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 등이 미공개 중요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한 혐의로, A씨 지인들은 미공개 중요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거래한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회사 내에서 의사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었던 점, A씨가 지인들에게 흘린 정보가 이미 현실화될 개연성이 충분했던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공개한 정보가 미공개 중요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고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씨가 지인들에게 알려준 정보는 자본시장법상 내부자거래 대상인 미공개 중요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공소사실에서 미공개 중요정보를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특정한 이상, 이를 넘어서 위 정보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로서의 효능에 대한 내용까지 포함한다고 확대해석하는 것은 피고인들에게 지나치게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임상시험 실시 계획'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정보로, 이런 정보만으로 제약사가 곧바로 큰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라고 일반 투자자가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임상시험계획 신청부터 최종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기까지 통상 6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승인 여부는 임상시험 성격에 따라 크게 좌우돼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법정 증언을 근거로 "임상시험계획을 신청했다고 하더라도 승인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한 영역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